"장애인들 생활수준이 바로 그 나라 수준"

칙칙한 검은 양복의 아저씨로 가득한 서울시의회에서 민머리는 '튄다'. 몸에 딱 붙는 맞춤 정장에 체크무늬 넥타이를 맨 사내가 목발을 짚고 들어섰다. 바짓단 아래로 노란 스트라이프 무늬의 양말이 살짝 드러났다. 탄탄한 상체와 달리 무릎 아래는 팔처럼 가늘다.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씩씩하다. 지체장애 2급인 박마루(52) 서울시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이다.

그는 최근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을 받았다.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 위원회'(회장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가 장애인을 위해 헌신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그가 시의회 예결위원과 보건복지 부위원장으로서 장애인·저소득층을 위해 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노상 주차장에도 장애인 구역을 지정하는 조례를 냈고, 노인·장애인이 많은 영구임대아파트의 시설 개선비를 대폭 늘렸다. '장애인을 돕는 분들이 행복해야 장애인 서비스가 잘된다'며 장애인 보호작업장 종사자들의 시간외수당도 늘렸다. "제가 장애인이니 뭐가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죠. 장애인·노약자·어린이 같은 사회적 약자의 생활 수준이 그 사회 수준을 알려주는 척도예요. 약자가 안전해지면 시민 모두 안전해지는 겁니다."

그의 경력은 다채롭다. 공중파와 사회복지방송(복지TV)의 리포터 혹은 MC, 앨범을 낸 가수, 강사, 교수 등이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소아마비가 온 그는 "평생 목발이나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 걸었던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런 저를 세상 속에서 당당히 걸을 수 있게 해준 건 고등학교 때 돌아가신 어머니입니다. 시장에서 노점을 하면서도 '세상과 부딪치며 살라'시면서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보내셨어요. 점차 친구가 생기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사이버대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음악다방 DJ를 했고, 졸업 후엔 음반·공연 기획자로도 활동했다.

"작년 지방선거 때 정치권에서 제안이 왔어요. 제가 의회에 가서 제 역할을 한다면 거리에서 농성하는 동료 장애인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는 방송할 때 쓰던 '박마루'란 예명을 2010년 아예 본명으로 개명했다. "마룻바닥처럼 누구나 편히 눕고 쉬게 하는 사람이 되자는 저의 바람을 담은 이름입니다. 의정 활동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잘살고 못사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고 싶어요."

박마루 의원은 "장애인들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했다. 다방 DJ 시절 새벽에 수염 안 깎고 운동복 차림으로 해장국 식당에 갔다가 거지 취급 받고 쫓겨났다고 한다. 바로 다음 날 정장에 무스 바르고 갔더니 천지 차이로 대접받았다. "그때 깨달았죠.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변해서 인식을 바꿔가야 한다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