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株 기는데… 부품株는 달린다

최근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업체들의 주가가 서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업체는 내년 러시아·중남미·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에 최근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부품업체들은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국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의 주가는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부품업체의 납품 물량에서 국내 완성차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자동차 판매량에 따라 부품업체의 실적이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부품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고, 매출에서 해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과 달리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술력·해외 판매망 갖춘 부품업체 주가 강세

7일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전날보다 2.4%(4000원) 오른 1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월 1일 이후 주가 상승률은 24.8%에 이른다. 만도의 주가 상승 이유는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첨단 운전자 지원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의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 분야 기술력을 갖춘 만도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부품 수요가 늘면서 국내 부품업체들의 중국 수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 이후 전기차 부품업체의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자동차용 공조시스템(공기조절장치) 제조업체인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고효율 공조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 10월 이후 주가가 13.9% 올랐다.

알루미늄 소재를 이용해 가벼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갖춘 코스닥 상장사 코다코도 같은 기간 주가가 45.3% 뛰었다. 전기차업체들이 주행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거운 강판 대신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만든 부품을 대거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출 부진 전망에 완성차 주가는 약세

반면 완성차업체들의 주가는 크게 오르지 못했거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0월 이후 주가가 8.2% 떨어졌다. 기아자동차는 0.6% 오르는 데 머물렀다. 쌍용자동차는 같은 기간 11.7% 내렸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지만 완성차의 계열사에 속해 납품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의 주가도 다른 부품업체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현대모비스 주가는 10월 이후 3%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위아는 9.3% 하락했다.

최근 완성차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올해 자동차 판매량은 1800만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지만, 내년에는 성장이 정체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며 "중국을 제외한 러시아·브라질·동남아 등 신흥시장도 경기 둔화로 자동차 수요가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수 시장 역시 올해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종료돼 자동차 신규 구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또 수입차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완성차 비용 절감 나서면 부품사 실적 악화 가능성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큰 만큼 부품주 전체의 실적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정훈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완성차업체들이 비용 절감 노력을 강화하면 자동차 부품사들 역시 내년에는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전 규제와 연비 규제 강화로 고효율 자동차 부품 제조 기술을 보유한 업체나 다양한 해외 판매망을 가진 부품사들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연우 한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동차가 단순 교통수단에서 정보·문화 등 콘텐츠 공간으로 바뀌면서 IT(정보기술)와 결합한 차량용 전자부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2차전지 시장의 성장으로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인프라 업체와 부품 경량화 관련 업체들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