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대중의 질문에 응답할 때"

대학 밖에서 저술과 강연, 시민운동, 토론회 사회 등을 통해 대중과 함께 호흡해 온 '사회학자/작가' 정수복(60)씨가 저서 '응답하는 사회학'(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10여년간 사회학자로서 써 온 8편의 글이 실린 이 책은 '작가가 쓴 사회학 저서'답게 통계 수치와 딱딱한 설명으로 가득 찬 연구서가 아니라 부드럽게 읽히는 산문집에 가깝다. 저자는 이를 통해 '예술로서의 사회학'을 주장하고,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도 스스로 강단을 떠난 데 대한 성찰적 자기분석을 시도하며, 동료 사회학자들의 저서에 관한 '사회학평론'을 통해 한국사회학의 새로운 길 찾기를 시도한다.

―'응답하는 사회학'이라는 책 이름이 눈길을 끈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학이란 어떤 것인가, 사회학자의 삶은 그의 학문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라는 스스로 던진 질문에 응답하고 싶었다. 또 내가 생각하는 사회학의 모습과 가까운 저서를 펴낸 동료들의 대화 요청에도 응답하려고 했다. 나아가 사회학은 사회와 대중의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 말은 오늘의 사회학이 대중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렇다.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학은 전문성을 너무 강조하면서 논문을 써 학술지에 싣는 것이 목표가 됐다.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공공성이 약화되는 바람에 '사회 없는 사회학' '사회학자를 위한 사회학'이라는 평을 듣는다.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학생에게 문제의식을 주지 못하는 사회학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대안으로 '인문학적 사회학' '예술로서의 사회학'을 제시하는데.

"원래 사회학은 철학·역사학 등과 대화하면서 기초 학문의 역할을 했다. 그런데 자연과학을 모델로 한 사회과학적 성격이 강조되면서 재미없는 학문이 되고 말았다. 대중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고 독자와 정서·감동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필자의 삶이 저술에 들어가야 하고 글쓰기가 강조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학예술과의 만남, 인문학적 성격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 서평 대상이 된 동료 사회학자들의 저서가 그런 방향에 부합한다고 보는 것인가.

"노명우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신랄하고 통렬하고 파고드는 글쓰기를 보여줘 최근 가장 많이 읽힌 사회학 책이 됐다. 그는 사회학이 세계가 아니라 세상을 분석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은의 '침묵으로 지은 집'은 자신의 개인사·가족사를 사회사의 흐름 속에서 서술하는 '사회학적 소설'이다. 이는 분단 체제에 관한 10권의 연구서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송호근의 '인민의 탄생' '시민의 탄생'은 한국 사회학의 몰(沒)역사성을 극복하려는 시도이자 공론장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큰 명제를 만들어내는 사회학 본연의 모습을 되살리고 있다."

―2부에 들어 있는 세 편의 글은 저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학 저서에서는 보기 힘든 글이라 낯설기도 하다.

"사회학자의 작업은 사회분석과 자기분석이 결합돼야 한다는 사례로 쓴 것이다. 연구자의 자기 고백, 자기 분석 전통이 우리나라는 약하지만 서양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농촌 출신으로서의 파리 경험, 알제리전쟁 체험이 자신의 학문에 미친 영향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할 때 '참여 객관화(participant objectification)'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