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등株가 잘 달렸다

올해 주식시장에서는 업종별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대표주보다 2등주의 수익률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대표주를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시가총액이 가장 큰 회사 주식을 대표주, 둘째로 큰 회사를 2등주로 구분해 1월 2일부터 12월 8일까지 주가 추이를 분석했다.

◇삼성전자보다 삼성SDI가 주가수익률 우수

하드웨어 업종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올해 주가가 4.9% 하락했다. 반면 하드웨어 업종에서 시가총액이 둘째로 큰 삼성SDI는 주가가 3.4% 올라 삼성전자보다 수익률이 우수했다. 다른 업종에서도 2등주가 시가총액이 큰 대표주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경우가 많았다. 제약 및 바이오 업종에서는 대표주인 셀트리온 주가가 올해 108.7% 올랐다. 하지만, 2등주인 한미사이언스는 주가가 무려 806.1% 상승했다.

자동차 및 부품 업종에서는 대표주인 현대자동차 주가가 11.2% 하락하는 사이, 2등주인 현대모비스 주가는 0.2% 올랐다.

대표주와 2등주 모두 주가가 하락한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2등주가 대표주보다 덜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통신서비스 업종에서 대표주인 SK텔레콤이 13% 하락했으나, 2주인 KT는 6.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유통 업종에서도 롯데쇼핑이 17.5% 하락하는 동안 이마트는 1.7%만 하락했고, 운송 업종에서도 현대글로비스가 37% 하락하는 사이 CJ대한통운은 5.6%만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 행렬에 대표주 부진

업종 대표주의 수익률이 2등주보다 부진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보통 업종별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대표주 위주로 투자한다.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떠날 때는 많이 샀던 대표주 위주로 팔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한 달간(11월 9일~12월 7일)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3조9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오는 15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떠나고 있는 것이다. 노주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와 위험 자산 회피 성향이 나타나면서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계 자금도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이 삼성전자다. 외국인은 한 달 동안 삼성전자를 1조3054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삼성전자 우선주도 5706억원어치 팔았다. 이 외에 현대차(1615억원), SK하이닉스 (1099억원), SK텔레콤(838억원) 등 다른 업종 대표주들도 많이 순매도했다.

◇실적 나쁘면 2등주도 예외 없어

2등주라고 해서 모두 수익률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서비스 업종의 대표주인 강원랜드는 올해 주가가 31% 상승했지만 2등주인 호텔신라는 주가가 2% 하락했다. 호텔신라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95.1% 감소한 28억원에 그쳤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면세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99억원의 당기순손실까지 냈다. 소재 업종에서 LG화학에 이어 2등주인 포스코도 올해 주가가 39.5% 하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포스코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3조995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증권사 가운데 대우증권에 이어 시가총액이 2위인 삼성증권도 올해 주가가 7.6% 하락했다. 삼성증권은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