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주펀드, 삼성·현대車 울고 SK·LG 웃었다

국내 4대 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펀드 중 삼성그룹주 펀드와 현대차그룹주 펀드는 올해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K그룹주 펀드와 LG그룹주 펀드는 각각 11%, 7%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룹주 펀드는 특정 대기업 집단(그룹)의 계열사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삼성·현대차 그룹 펀드 손실

9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그룹주 펀드들은 지난 1월 2일부터 12월 9일까지 평균 4.1% 손실을 기록했다. 그중 손실이 가장 큰 펀드는 대신삼성그룹레버리지1.5증권펀드로, 수익률이 -20.2%였다. 이어 미래에셋타이거삼성그룹증권펀드와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펀드가 각각 -10.3%, -9.9%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삼성 계열사 중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말 종가는 3만7900원이었으나, 9일엔 1만405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주가가 62.9% 떨어졌다. 대신자산운용 관계자는 "삼성그룹주 관련 주가지수를 쫓아 수익을 내는 인덱스 펀드여서, 삼성엔지니어링 주가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투자하는 키움현대차그룹과함께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9.0%였다.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자동차주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현대자동차나 현대위아·현대글로비스 모두 지난해 종가 대비 주가가 떨어졌다. 올 들어 현대차 주가는 11.7% 하락했다. 현대위아와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각각 33.2%, 36.8% 내렸다.

◇SK·LG 그룹주 펀드는 좋은 성과

SK그룹주 펀드와 LG그룹주 펀드의 성과는 좋았다. 키움SK그룹우량주플러스펀드의 올 초 이후 수익률은 11.6%였다. 한국투자LG그룹플러스증권펀드의 수익률은 7.3%였다. 이 펀드들은 SK와 LG 그룹 계열사 외에 주가 상승률이 높은 한두개 기업에 투자한 덕분에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SK와 LG그룹주 펀드는 그룹 내 상장 계열사가 많지 않아 펀드 자산의 최대 50%는 계열사가 아닌 종목에 투자한다.

키움자산운용의 SK그룹주 펀드는 반도체 장비주와 헬스케어주 덕을 톡톡히 봤다. 한미약품과 젬백스를 매입했는데 이들 주가가 많이 올랐다. 한미약품은 잇따른 기술수출 호재에 힘입어 올 들어 주가가 7배 정도 상승했다. 젬백스의 주가도 58.4% 올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LG그룹주 펀드는 LG화학과 CJ CGV가 효자 종목이었다. LG화학은 전기차 수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74.0% 급등했다. 같은 기간 CJ CGV는 중국 사업을 꾸준히 확대한다는 이유에서 주가가 125% 올랐다.

◇일반 펀드보다 수익률 낮을 수도

펀드 전문가들은 그룹주 펀드 투자자들이 기업지배구조 관련 이슈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요즘처럼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이 줄을 잇고 계열사 정리가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때에는 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이 큰 폭으로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주 펀드의 투자 위험이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올해 삼성그룹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 수준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8%)을 밑돈다. 대신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10~11월에는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기대감에 삼성그룹주 펀드의 한 달 평균 수익률이 6%를 넘기도 했다"며 "일반적으로 그룹주 펀드의 수익률 등락이 일반 펀드보다 심해 분위기를 잘 보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