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가족이라는 상처에 가족이라는 연고를

15년 전 바람나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訃告)를 받는다. 사치(아야세 하루카)·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지카(가호) 세 자매는 멀리 떨어진 장례식장에 갔다가 배다른 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처음 만난다. 아버지는 세 번째 부인과 살다 돌아가셨고 스즈는 사별한 두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딸이다. 언니들은 "우리랑 같이 살래?"라고 묻는다.

17일 개봉하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이 네 자매의 새로운 삶을 그렸다. 따뜻한 기운을 계량할 수 있다면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훈훈하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제각각 다르다. 가장 노릇을 한 사치는 어린 시절을 잃어버렸고, 요시노는 모두의 행복을 바라고, 지카는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스즈는 어른스럽다. 그동안 짊어진 짐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말해준다. 스즈는 "한 가정을 무너뜨린 사람의 자식"이라며 괴로워하지만 언니들과 마을 덕에 조금씩 밝아진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그들이 모르는 경험을 들려준다. 네 자매는 서로 투닥거리고 스며들면서 가족이 된다.

고레에다 히로가즈 감독은 가족의 상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사 같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에서도 아들이 친자(親子)가 아니라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흔들리는 가족 이야기를 훌륭하게 봉합했다. 이번엔 수술 부위가 더 크고 깊지만 솜씨는 여전하다. 조각나고 일그러지고 어두운 기억들이 한 지붕 아래서 어떻게 붙고 아물어 아름다운 꽃망울을 터뜨리는지 보여준다. 스즈는 상처가 아니라 보물이다.

네 자매가 사는 집 마당에 있는 매실 나무엔 열매도 열리지만 벌레도 생긴다. 살아 있는 건 그렇게 손질이 필요하다. 이 영화는 장례식이나 제사, 조부모의 사진 앞으로 가족을 모으거나 식사 장면을 자주 등장시킨다. 부모에 대한 기억, 우리를 있게 한 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일러준다. 어쩌면 관객은 이들이 만든 뜨끈한 제사 음식을 극장에서 먹고 흩어지는 셈이다. 128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