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 폐쇄' 첫 출근길… 11분 걸리던 길, 30분 걸렸다

14일 오전 8시 20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를 출발해 퇴계로 남대문시장 방면으로 가는 길(3㎞)은 30분이 걸렸다. 지난 13일 0시 서울역 고가가 폐쇄되기 전 고가를 통과할 때 걸린 평균 11분 18초(평일 오전 7~9시 평균 시간)보다 3배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이 구간의 출근길 평균 통과 시간(18분 30초)보다도 훨씬 더 길었다. 공덕동 주민센터에서 직접 차를 운전해 고가에서 인접한 대체 경로 입구(청파로)까지 800m를 이동하는 데만 17분이 걸렸다. 고가 폐쇄로 왕복 2차로의 고가를 이용하지 못해 주변 도로의 차량이 늘어난 탓이다.

서울역 고가 폐쇄 이후 첫 출근길인 이날 서울역 교차로와 인근 우회로 등지에서는 큰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교통 대란 정도는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통과 시간이 2~3배 걸려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퇴근길은 이보다 덜했지만 통과 시간은 평소의 2배 수준이었다.

◇평소 2배 이상 걸린 출근 시간

공덕동 주민센터를 출발하면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켠 후 남대문시장을 목적지로 입력하자 '서울역 고가를 이용하면 5분'이라는 경로가 떴다. 서울시가 공언한 것과 달리 일부 내비게이션은 서울역 고가가 폐쇄됐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폐쇄된 고가 진입 지점이 있는 만리재로는 고가로 올라가는 차로가 없어지면서 염천교 방향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을 했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버스노선을 신설·변경하면서 이 구간에 버스가 많이 다니게 돼 체증은 더 심해졌다. 청파로에서 염천교 방향으로 버스 한 대가 크게 우회전하자 주변 승용차들은 꼼짝없이 대기해야 했다. 그 사이 사이로 남대문 시장을 향하는 오토바이들이 쏜살같이 지나다니는 아찔한 장면이 벌어졌다.

차량들이 대체 경로와 우회로를 이용하면서 주변 도로도 막혔다. 용산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올라오는 한강대로는 통행 속도가 평균 시속 24.2㎞에서 시속 18.8㎞로 줄었다. 내부순환로(26.9%), 강변북로(11.4%) 등도 차량 통행량이 평소보다 증가했다. 서울역 교차로 인근 서소문로를 이용해 서대문에서 종로까지 택시를 탄 회사원 최모씨는 "서소문로가 꽉 막혀 2.5㎞를 가는 데 30분 가까이 걸렸다"며 "택시비도 평소의 2배 수준인 7000원이 나왔다"고 했다.

◇아쉬웠던 홍보 부족

서울시는 지난 2주간 표지판 등을 이용해 고가 폐쇄 이후 통행로에 대해 안내했지만, 운전자들은 대체 경로를 잘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역 교차로에선 일부 차량이 직진 차로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다 뒤 차의 경로를 막는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택시기사 김모(54)씨도 "통일로에서 퇴계로 방향으로 직진이 되는지 오늘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주변 지역에 차량 통행 방향을 알리는 현수막을 추가로 설치하고, 도로 위에도 직진·좌회전 등 주행 방법을 추가로 표시할 예정이다. 신설된 직진 차로에 그려진 분홍색 선도 연장해 운전자들의 혼란을 줄일 계획이다.

◇서울시 "1주일 정도면 적응할 것"

서울시는 이날 출근길이 평소보다 지연됐지만, 시민들이 대체 경로와 우회 도로 통행에 익숙해지면 교통 정체는 곧 해소될 것으로 봤다. 서울시 교통 관계자는 "과거 중앙버스전용차로나 청계천 복원(청계고가 폐쇄) 등 대규모 사업 때도 교통이 안정되는 데 몇 달이 걸렸다"며 "지금은 내비게이션이 있어 1주일 정도면 적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당분간 고가 폐쇄로 인한 정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전반적인 차량 속도 감소로 남대문시장 등 인근 지역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도 "서울시가 물건을 내릴 때 잠시 차를 세우는 것까지 불법 주차로 단속해 영업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