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 사두자" 코스닥 기업 자사株 취득 열풍

코스닥 시장 상장회사들이 자사주 취득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자사주를 사들이면 향후 주가가 반등하는 시기에 되팔아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주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해 1주당 가치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업의 자사주 취득을 주주 환원 정책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낮은 가격에 매입해 차익 실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업체는 총 15개였다. 이들이 취득하겠다고 밝힌 자사주의 금액은 총 479억1934만원이었다. 10월 공시 금액(90억8300만원)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우주일렉트로는 지난달 12일 72억50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티에스이와 동일기연도 각각 자사주 70억원어치와 64억원어치를 사들이겠다고 공시했다. 유성티엔에스·메지온이 취득하겠다고 밝힌 자사주의 규모도 각각 50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이 느는 이유는 주식시장 침체와 관련 깊다. 지난 11월 6일 장중 한때 698.39까지 오르며 700선 턱밑까지 바짝 추격했던 코스닥지수는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향후 주가가 반등하면 주식을 다시 팔아 차익을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 증권 업계의 분석이다. 보통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감소해 주가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또 자사주를 사들이면 경영권 방어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배당 수익률 높여 주주 환원 도와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주 환원 정책도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이면 일반 주주들은 배당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총액의 비율)이 일정한 회사의 경우 자사주 취득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면 1주당 배당 수익률(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이 높아져 주주에게 배당을 더 줄 수 있다. 자사주는 배당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배당 성향이 일정하지 않은 회사는 자사주를 취득하면 배당으로 나가는 돈(배당금 총액)을 절약할 수 있어 회사에 이득이 된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요즘은 시중금리가 1%대까지 떨어져 배당 수익률이 2%만 돼도 투자 매력이 크다"며 "자사주 매입을 확대한 기업들은 일반 주주에게 배당을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주가 부양 효과는 거의 없어

다만 올해는 자사주 취득으로 인한 주가 부양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11월 중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코스닥 시장 상장사 15개 중 공시 이후 이달 15일까지 주가가 오른 기업은 4개사에 그쳤다. 휴대전화 액세서리를 만드는 슈피겐코리아는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이달 15일까지 주가가 25.6% 하락했다. 로만손과 메지온은 각각 15.9%, 13.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회사들이 주가 상승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주식시장의 침체와 관련 깊다고 말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데다, 하반기 들어 코스닥지수가 내림세를 나타내며 자사주 취득 효과가 반감됐다는 설명이다.

김종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은 주가를 부양한다기보다는 추가 하락을 방지해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주(自社株)

주식을 사고파는 주체가 주식을 발행한 회사 자신일 때, 그 주식을 자사주(자기주식)라고 한다. 경영권 방어, 주가 안정, 종업원에 대한 공로주 지급 등의 목적으로 매입한다. 배당과 의결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