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웃기는 호랑이도 있다

동그란 눈을 부릅뜬 호랑이가 뾰족한 이빨을 내세우며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본다. 늠름한 자태를 뽐내듯 가슴팍을 편 이 그림은 19세기 수묵 채색으로 그린 호도(虎圖). 거대한 몸집만 단독으로 그려진 것으로 보아 사찰처럼 넓은 공간에 걸어 액운을 막기 위한 수문장 역할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88 올림픽 대표 마스코트 호돌이의 원형으로 참고한 그림이다.

호랑이를 소재로 한 전시 '대호'가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 서울미술관 개관 3주년 특별 기획 전시 '백성의 그림전' 시리즈 시작으로 19~20세기 조선 민화(民畵) 30여 점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용맹한 호랑이와 장생을 상징하는 소나무가 같이 나온 그림을 여럿 찾을 수 있다. 둘을 함께 그려 길상의 의미를 담았다. 민화 '까치 호랑이'에서는 호랑이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나무 위에 앉아 있는 까치를 쳐다보고, 까치는 맞대응하듯 입을 벌리고 있다. 마치 조롱하는 듯 입을 벌린 까치는 백성을, 호랑이는 부패한 관리를 상징한다. 서울미술관 류임상 학예연구실장은 "강력한 신의 영역으로 권력을 상징하던 호랑이를 우스꽝스러운 '바보 호랑이'의 모습으로 그려 해학과 권력을 조롱하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았다"고 했다.

산수화에 호랑이를 그려 넣은 산수쌍호도(山水雙虎圖)와 세 마리가 한곳에 모여 있는 군호도(群虎圖)도 볼 수 있다. 호랑이를 주제로 한 영화 '대호'의 미공개 스틸 컷과 메이킹 필름도 공개된다. (02)395-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