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흥국 펀드, 올들어 9548억원 빠져나가

올해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반면, 유럽·일본 등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신흥국에서 이탈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이 경기 부양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국가로 흘러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금 흐름이 바뀜에 따라 신흥국과 선진국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투자금 빠져나간 신흥국 펀드

22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총 9548억원 유출됐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4국) 펀드에서 4463억원, 중국 주식형 펀드에서 3601억원이 각각 빠져나갔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의 기업에 투자하는 동남아 펀드에서도 382억원이 유출됐다.

국제 유가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를 수출하는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 16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신흥국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에 불을 붙였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하자 미국 월가의 주요 펀드 투자자도 신흥국 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했다"면서 "내년에도 미국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 신흥국 펀드에선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일본 펀드에 돈 몰리는 이유는 경기 부양책

선진국 펀드는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올해 선진국 펀드에는 새로 2조3132억원이 몰렸다. 선진국 펀드로 유입된 자금 중 95%가 유럽 펀드와 일본 펀드에 들어왔다. 독일·프랑스 등에 투자하는 서유럽 주식형 펀드로 1조5005억원, 일본 주식형 펀드로 7188억원이 들어왔다.

이는 유럽과 일본 모두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 이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며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도 일본중앙은행이 나서 채권을 매입하고, 일본 공적 연금이 증시에 투자하는 비중을 늘리는 등 경기 살리기에 돌입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펀드 연구원은 "선진국들의 민간 소비와 부동산 투자 등 경기 지표가 개선되자 투자자들이 선진국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펼치는 선진국은 주가지수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 관련 펀드에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도 신흥국보다 선진국 주목

선진국으로 투자금이 쏠리면서 신흥국 펀드와 선진국 펀드의 수익률도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21일까지 일본 펀드는 12.2% 수익을 냈다. 서유럽 펀드 수익률도 10.3%를 기록했다. 반면 브라질 펀드와 브릭스 펀드 수익률은 각각 -34.4%, -9.3%를 기록했다. 중국 펀드도 1.7%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펀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신흥국 펀드보다 선진국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글로벌 자금 동향을 볼 때 선진국으로는 꾸준히 돈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펀드 정보 제공업체 EPFR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서유럽 펀드로 5억8100만달러(약 6837억원), 일본 펀드로는 2억3800만달러(약 2797억원)가 유입됐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찾다 보니 선진국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신흥국 펀드보다 선진국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