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북면 삼선암은 지상에 내려온 세 선녀가 벌을 받아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에서 이름을 따왔다. 어떤 바위가 첫째고 어떤 바위가 막내인지 설이 엇갈린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울릉도는 큰마음을 먹고 가야 한다. 포항으로 길을 달리고 다시 배를 타야 한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거의 한나절이 걸린다. 하지만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항구에 도착하면 웅장한 자태가 압도한다.
◇성인봉·나리분지
'성인봉 기(氣)를 받으면 승진 운(運)이 트인다.' 울릉도에서 유명한 말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인사 때가 되면 성인봉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도동에서 등반을 시작해 성인봉 정상(986m)에 오른 뒤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길이 일반적이다. KBS, 대원사, 안평전에서 각각 출발하는 코스가 있다. 안평전 코스(2.8㎞)가 가장 짧지만 경사가 가파르다. KBS와 대원사 코스(각 4.1㎞)를 추천한다. 두 코스는 중턱에서 합류한다. 정상에서 1㎞ 정도 못 미쳐 있는 팔각정에 서면 저동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KBS 코스 기준 성인봉 정상까지 3시간. 맑은 날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울릉도를 둘러싼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구름이 낮게 깔린 날에는 올라가는 길의 원시림이 안개와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聖人峯(성인봉)'이라고 적힌 표지석 뒤로 난 샛길은 꼭 내려가 봐야 한다. 30m쯤 걸어가면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나리분지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다. 1700여개 계단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으로 올라오는 코스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계단이 지긋지긋해질 때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에 도착한다. 나리분지는 울릉도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지면서 생긴 분화구. 이 같은 칼데라호에 사람이 사는 사례는 세계에 몇 안 된다. 겨울에는 눈이 3m까지 쌓인다. 나리분지에는 억새 지붕을 얹은 100년 된 '투막집' 두 채가 남아 있다. 이소민(52) 해설사는 "투막집의 억새를 '우데기'라고 부른다. 울릉도에만 있는 건축 양식"이라고 했다.
◇행남 해안 산책로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다. 천연동굴 사이를 지나기도 하고 발아래로 바다가 보이는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날이 맑으면 바다가 쪽빛으로 빛난다. 운이 좋으면 절벽에서 바다를 향해 떨어지듯 날아가는 괭이갈매기를 볼 수 있다. 도동여객선터미널에서 행남등대까지 1시간 30분, 행남등대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도동에서 행남등대로 올라가다 보면 50m 길이의 대나무 숲길이 나온다. 우거진 대나무 잎새가 터널처럼 얽혀 있는데 그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대풍감·삼선암·공암
울릉도의 상징은 역시 '바위'다. 서면 대풍감부터 북면 관음도까지 기암괴석들이 늘어서 있다. 대풍감에서 본 송곳봉의 풍경은 우리나라 10대 비경으로 꼽히기도 했다. 북면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공암(코끼리바위), 추산 송곳봉, 삼선암이 잇달아 눈에 들어온다. 울릉도 최북단에는 한때 울릉도와 이어져 있었던 관음도가 있다. 멋진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