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경기침체·과잉공급… 원자재 '三重苦'

올해 원유와 금·은·농산물 등 원자재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큰 손실을 봤다. 국제 원자재 시장의 거래 통화인 달러화의 가치가 치솟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우려까지 나오면서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주요 원자재 10종 수익률 마이너스

28일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상품 10종(3대 원유·천연가스·금·은·구리·밀·콩·옥수수)의 2015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모두 연초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하락 폭이 컸던 원자재는 원유였다. 2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38.1달러를 기록, 1월 1일 가격인 54.42달러에 비해 30% 하락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가격도 각각 33.9%, 41.2% 내렸다. 유가 하락으로 원유의 대체재인 천연가스 가격 역시 27.1% 떨어졌다.

금값도 떨어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가격은 24일 온스당 1077.2달러를 기록해 연초대비 9.1% 하락했다. 올해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와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으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미국이 12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해 금값이 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은도 7.7% 하락했다. 산업용 수요가 많은 구리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연초 대비 26.6% 내렸다.

농산물의 경우 올해 강력한 엘니뇨(적도 근처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상승하는 현상)로 미국과 중남미 등에서의 수확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 지난 7월 가격이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달러화 강세와 공급 과잉 우려가 겹치며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가격은 올해 들어 20.7% 떨어졌고, 콩과 옥수수도 각각 14.1%, 8.2% 하락했다.

◇원자재 투자펀드 수익률도 악화

올해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국내 관련 금융상품들의 수익률도 악화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3.3%, 해외 주식형은 3.3%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원유와 금, 옥수수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22.9%에 그쳤다.

개별 상품으로 보면 '삼성WTI원유특별자산' 펀드의 수익률은 1년간 -45.4%를 기록했고,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특별자산'도 -38.9%였다. 농산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지수특별자산'도 1년 수익률이 -18.4%에 그쳤다.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의 1년 수익률이 -9.4%를 기록하는 등 금 투자 펀드도 대부분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내년 원자재 가격도 약세 전망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원자재 가격이 눈에 띄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커 달러화 가치가 계속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올해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이 원유 수출에 나서면서 공급량이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구리 등 산업용 금속류 원자재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 가능성이 크지 않아, 가격이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원유의 경우 계속된 저유가로 최근 일부 산유국들의 신규 생산이 줄고 있어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홍성기 삼성선물 연구원은 "저유가로 내년 대형 석유기업들의 투자는 지난 2013년 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도 최근 석유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연기해 향후 유가 급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