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서 주인공의 의상은 점점 변화해가는 주인공의 성격과 상황을 짐작하게 만드는 뮤지컬 감상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작품 속 스칼렛 오하라의 의상과 그 의미를 조문수 뮤지컬 의상 디자이너의 설명과 함께 감상해보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2016년 새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사가 아닐까? 전 세계 12억 명이 관람한 동명 원작을 무대에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꾸준히 사랑받는 명작이다. <로미오 앤 줄리엣>의 작곡가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의 흡인력 있는 아름다운 넘버와 역사 속 미국 남부의 느낌을 완벽하게 재현한 영상 디자인은 뮤지컬 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 특히 주인공들의 바뀌는 패션을 따라 흘러가는 스토리를 이해하는 재미가 숨어 있다.
조문수 디자이너는 “무대 속 의상의 변화에 여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의 내면의 변화와 그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단서가 숨어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스칼렛의 키 컬러는 그린과 레드. 초반 애슐리를 유혹하기 위한 남부 소녀의 발랄한 매력이 그린 드레스에 은연 중에 드러나 있다. 어머니의 커튼을 뜯어서 만든 옷을 입고 레트에게 돈을 빌리러 가는 장면에서도 그녀는 초록색 벨벳 커튼을 몸에 두르고 있다. 초라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초록색 커튼으로 몸을 휘감은 채 넘버를 부르는 장면은 많은 팬이 사랑하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사실 스칼렛이 가장 많이 입는 옷은 상복이다. 두 남편, 그리고 친구 멜라니까지 떠나보낸 그녀는 비록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지만 감출 수 없는 고혹적인 매력이 드러난다”는 조문수 디자이너의 설명처럼 우아한 레이스와 반짝이는 비드, 섬세한 자수가 돋보이는 스칼렛의 상복은 슬픔 속에서도 묘한 유혹이 느껴진다.
한편 스칼렛 오하라의 또 다른 키 컬러인 레드는 마침내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한 그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색이다.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봐온 레트와 결혼하면서 예전의 부유함을 되찾은 스칼렛은 점점 화려해지는 그녀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한층 성숙한 여인의 향기, 청순함을 뛰어넘어 섹시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붉은색 벨벳 의상은 레트뿐만 아니라 관객들까지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