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간관계와 소소한 만족감이 행복의 원천”

  • 글=황정원 시니어조선 편집장
  • 사진=이경호 C.영상미디어

입력 : 2015.12.31 10:47

로저드뷔 본사 CEO 장 마크 폰트로이

성공한 시니어의 삶과 꿈을 들어보는 연재 칼럼 ‘CEO의 버킷리스트’. 지난 연말, 하이엔드 시계의 새로운 강자 로저드뷔의 장 마크 폰트로이(Jean-Marc Pontroue)가 한국을 찾았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술력과 참신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친 로저드뷔의 매력과 유러피언 특유의 여유가 묻어나는 CEO의 인생 철학을 들어본다.


할 수 있는 일

로저드뷔 본사 CEO 장 마크 폰트로이
▲로저드뷔 본사 CEO 장 마크 폰트로이.
세상에는 하이엔드 시계가 많습니다. 로저드뷔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시계는 존재했죠. 젊은 브랜드인 로저드뷔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타 시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오늘날 로저드뷔가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차별점은 두 가지로 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시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 즉, 혁신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기술력이죠. 저희 제품을 보면 아시겠지만 따로 로고가 들어가지 않아도 ‘더블 투르비용’ 하면 로저드뷔라는 공식이 있을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젊고 혁신적인 디자인이 맞물려서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가 있고 난 다음에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동영상 제작 등 시장 진출에 있어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 브랜드 철학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도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이것은 로저드뷔에서 새로운 임직원을 채용할때 원칙으로 삼는 것이기도 하지요. 첫째는 ‘놀라움을 창조하라(Creating incredible)’입니다. 제품을 만들든 고객을 대하든 자신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과감하게 도전할 것(Daring approach)’입니다.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도전의식을 갖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일을 할 때마다 항상 ‘Why not’을 필두로 ‘시계업계에서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하겠어? 불가능이란 없는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에너지를 투입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봅니다. 세 번째는 ‘연대의식(Team spirit)’입니다. 로저드뷔는 큰 브랜드가 아니다보니 제품 개발, 마케팅 부서 등 각 팀마다 미션이 따로 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한 사람도 소홀함 없이 미션을 수행하고, 그중 한 명도 빠져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회사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로저드뷔가 이렇게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역시 한국지사에서 많은 분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저드뷔에 있으면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모든 제품이 제네바실 인증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비결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습니다. 모든 제품이 인증을 받는 이유는 당연히 모든 조건이 제네바실의 기준에 맞기 때문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공정뿐 아니라 조립, 마감 등 모든 것에 있어 기준을 충족시키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무브먼트를 만드는 데 타사 대비 40% 정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제네바실은 연구소가 따로 있고 조건과 규정을 모두 명시하고 있습니다. 타 업계와 비교했을 때 이만큼 통제력이 있고 기준점을 삼을 수 있는 인증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시계업계가 이례적입니다. 그 기준점은 우리가 제품을 만들 때 도달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훌륭한 가이드라인이 되지요. 따라서 제네바실을 대외적으로 봤을 때는 마케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리의 기술력을 스스로 인지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매우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제가 CEO가 된 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로저드뷔만의 아이코닉한 제품을 개발하고 그것을 성장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명품시장에서는 브랜드마다 그 정신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제품들이 있습니다. 우리도 로저드뷔를 대표할 수 있는 제품, 브랜드의 정신과 일맥상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엑스칼리버입니다. 최근에 출시된 여성 제품을 비롯해 향후 10년에 걸쳐 로저드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엑스칼리버를 기반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한국은 명품업계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시장입니다. 예전에는 관광산업이 명품시장의 성공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해외 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26년 전 한국에 처음 방문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에도 롯데, 워커힐, 신라 면세점이 있었는데, 매장을 찾는 고객 대부분이 일본인 관광객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내국인 시장이 성장한 것은 15년 정도 밖에 안 됐습니다. 지금은 명품 매장 개수도 많아졌고 앞으로도 많은 잠재력이 있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은 매우 경쟁력이 있으며, 독특한 시장입니다. 최근에는 국내 수요와 면세 수요가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명품업계의 10대 시장으로 꼽히는 이유지요. 한국과 가까운 홍콩만 해도 90%가 면세 시장이거든요. 둘째로는 프랑스 하면 파리, 영국 하면 런던 하는 식으로 각 나라를 떠올렸을 때 구심점이 되는 대표적인 도시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서울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습니다. 생각 외로 그런 도시가 없는 나라가 많아요. 이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안전하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일상에서 찾는 작은 행복

▲로저드뷔가 홍보대사인 추신수 선수.
저는 달리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래서 업무 이외의 시간에는 틈틈이 조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라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훈련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즈니스와 유사성이 많지요. 살다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달릴 수 없는 핑계는 계속 찾아옵니다. 하지만 힘들어도 하기 싫어도 꾸준히 연습을 해야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어서 조깅을 즐깁니다. 한국에 와서 흥미로웠던 사실 중 하나는 사우나가 많다는 점입니다. 한국인들이 정말 열심히 일을 하다보니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해서 저런 시설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버킷리스트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저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아마 하나하나 써 내려간다면 A4 용지로 10페이지 정도는 거뜬히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족, 스포츠, 와인, 영화, 여행 등에 대한 많은 소망이 있지요. 특히 여행은 많이 다닐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게 된 건지도 모르지요. 일을 하다보니 세계적으로 핫한 도시는 꼭 방문하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여행을 다니며 행복을 느낍니다. 다만, 비즈니스 여행이 많다보니 그 도시의 진면목을 알기는 어렵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서울만 해도 공항과 묵고 있는 호텔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한국인의 삶이나 도시 외곽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아름다움은 아직 접하지 못했습니다. 일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료칸에서 묵은 적이 있습니다. 그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일본의 시골 풍경이나 일본인의 삶에 대해 알 수 없었지요. 그때의 경험은 정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을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다음에는 이곳의 친구들과 상의해서 한강에도 가보고 스키 리조트에도 가볼 생각입니다.

여행이 주는 또 다른 묘미는 멋진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친선대사를 위촉하면서 추신수 선수를 알게 된 것처럼, 이 또한 제가 CEO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계속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도 저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로저드뷔가 홍보대사인 추신수 선수에게 증정한 모델 엑스칼리버 45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핑크 골드 스크루(Excalibur 45 Skeleton Double Flying Tourbillon Pink Gold Screws).
▲로저드뷔가 홍보대사인 추신수 선수에게 증정한 모델 엑스칼리버 45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핑크 골드 스크루(Excalibur 45 Skeleton Double Flying Tourbillon Pink Gold Screws).
 버킷리스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모든 걸 꿰뚫는 핵심은 ‘인간관계’입니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을 이야기한다면 솔직히 제 기준에서는 웬만한 것은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조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세계 5대 마라톤에 참가하고 싶은 열망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제 상황에서 5대 마라톤 대회를 완주한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겠지요. 저는 그저 앞으로도 계속 조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했으면, 이왕이면 함께 뛸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소유욕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페라리나 전용기 같은 것에는 욕심이 없습니다. 그저 하루하루가 작은 기쁨들로 채워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필리프 델레름(Philippe Delerm)의 <일상의 작은 기쁨(The Small Pleasures of Life)>이라는 책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간과하기 쉬운 소소한 기쁨이 없다면 행복도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행복은 결국 인간관계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이 다가왔습니다. 새해를 맞이해 세 가지 소원을 빈다면 개인적으로는 건강, 놀랄 만한 아이디어, 행복을 기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평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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