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법 잘 몰라 피해입는 사람 없도록"

지난 2013년 10월 26일 새벽 서울 종로구 한 고깃집에서 매일 12시간씩 주방 도우미로 일하던 이모(69)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씨는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 의식을 되찾은 이씨는 가족들과 눈만 마주칠 뿐 아무런 말을 못 했다. 뇌손상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글씨도 쓸 수 없게 됐고, 간병인의 부축 없이는 걷기도 힘들어졌다.

이씨의 친동생이 퇴직금을 대신 받으러 고깃집 사장 정모씨를 만났지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가게는 상시 근로자가 4명밖에 없어서 퇴직금으로 360만원밖에 줄 수 없다"고 버틴 것이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과 달리 현행법상 4인 이하 사업장은 2010년 10월 이후부터 퇴직금이 적용됐다. 가게가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이씨가 받아야 하는 퇴직금은 40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사연을 접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이내형(53·사진)씨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씨와 함께 일한 식당 아주머니들을 주말마다 찾아다니며 증언을 요청했다. 손을 내젓던 아주머니들이 이 감독관의 정성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

5명이 넘게 일한 식당이었고, 정씨가 식당 아주머니들에게 법정 최저임금보다 20% 적게 급여를 준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에게 체불된 임금과 연차수당만 2000만원이 넘었다. 이씨는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정씨 가게의 사진을 증거자료 등으로 확보해 정씨를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했다. 거듭 혐의를 부인하던 정씨는 그제야 잘못을 시인하고 이씨에게 합의금 5000만원을 지급했다. 이내형씨는 "영세 사업장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쓰는 일도 없고,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관련법을 잘 모르다 보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이 잦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피해를 입은 근로자들을 구제하는 데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이씨와 더불어 근로자 123명에게 임금 4억원을 체불하고 해외로 도피한 사업주를 붙잡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황호협(43) 근로감독관 등 10명을 '올해의 근로감독관'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