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한파에 투자심리 얼어붙어

작년 회사채 시장엔 상반기에 '훈풍'이 불었다가 하반기엔 '찬 바람'으로 돌아서는 장세를 보여줬다. 올해는 아직 작년 하반기의 냉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개인들의 회사채 투자는 '매수 후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이 많기 때문에, 고금리를 노리면서도 부도 위험은 피하는 게 핵심 투자 요령이다. 그런데 이렇게 찬 바람이 부는 장세라면 고금리만 노리는 투자 전략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만 맹신하지 말고, 기업의 경영 내용을 잘 들여다본 뒤에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채 발행은 줄고, 금리는 오르고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6월 7조486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점 감소해 지난달에는 3조2980억원으로 떨어졌다.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 규모 역시 6월 2조6900억원이었으나 9월부터는 순발행 규모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우량 등급인 신용등급 AA급 이상의 회사마저도 수요 예측 과정에서 수요처가 부족해 미(未)매각이 대거 발생하는 등 고배를 마셨다. SK하이닉스(신용등급 AA-)는 지난해 11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 애초 계획했던 회사채 발행 규모를 25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줄였다. 한화테크윈(AA-) 역시 1000억원을 목표로 했으나 들어온 기관 수요는 250억원에 불과했다.

안전한 국고채 금리와 대비한 회사채 금리는 상승 추세다. 지난해 1월 국고채(만기 3년)보다 0.3%포인트쯤 높았던 회사채(무보증 만기 3년, AA- 기준) 금리는 12월엔 0.424%포인트까지 높아졌다. 채권 수요가 줄어드니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업계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채권 원금까지 까먹을 수 있다는 신용 이슈가 회사채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며 "투자자들이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기초 체력을 잘 따져 투자해야"

올해도 회사채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 이슈와 미국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올해 회사채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중에 유동성(돈)이 풍부한데도 회사채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 것인지는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회사채만 가지고 투자자를 모을 수 없으니 기업들은 채권에 주식을 붙인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넥스트아이·파수닷컴이 BW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유안타증권은 765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주로 대형 기관이지만, 개인 투자자들도 증권사에서 소액으로 쪼개 파는 회사채를 사는 방법 등으로 회사채에 투자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특히 고금리 회사채에 관심이 많다. 저금리 시대에 그나마 높은 금리를 쳐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고금리만 노리고 회사채 시장에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최근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에 조선·해운·철강 등 취약 업종 외에도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 시장에서는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아도 '등급이 떨어지지 않을 거다'란 믿음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요즘은 같은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들이라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을 따지는 데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