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香港 西環 德輔道西 243-245號(243-245 Des Voeux Road West, Western District) 영업시간 : 11:00~22:00 (월~일)
홍콩은 연평균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아열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가장 추운 1~2월의 겨울 날씨라 해도 최저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없어 우리나라 사람은 늦가을 정도의 느낌뿐이지만 아열대 기후에 적응된 홍콩 현지인들은 두꺼운 겨울 패딩을 입고 다닐 정도로 추위를 느끼는 듯하다.
뽀자이판(煲仔飯)은 홍콩에서 겨울철에 즐겨 먹는 대표적인 계절 음식으로 질그릇 냄비에 육류나 해산물, 야채 등 여러 가지 토핑을 올려 밥을 지어 중국식 간장을 뿌려 먹는 홍콩식 솥밥이다. 우리나라 돌솥밥과 비슷한 모습의 뽀자이판(煲仔飯)은 밥 위에 올려지는 토핑에 따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소고기나 돼지갈비, 닭고기 등 우리에게 익숙한 맛을 내는 토핑을 선택하면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도 잘 맞아 따뜻하면서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안성맞춤이다.
대부분의 식당이 겨울철에만 계절메뉴로 뽀자이판을 판매하는 데 반해 ‘곤기’식당(坤記煲仔小菜 kwan gei bou jai siu choi)은 겨울철뿐만 아니라 1년 내내 뽀자이판을 맛볼 수 있는 로컬 식당이다.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과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이 홍콩 현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인기 식당이다.
▲곤기식당(坤記煲仔小菜) 전경.
▲곤기식당(坤記煲仔小菜) 실내.
홍콩에는 2개의 곤기식당이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곤기식당은 분점이다. 멀지 않은 곳에 본점이 있으나 골목길에 있어서 찾아가기가 어렵고 예약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 비교적 찾아 가기 쉬운 대로변에 있는 분점을 소개한다. 이 식당은 홍콩섬 번화가인 센트럴(中環, Central)에서 지하철로 2 정거장 떨어져 있는 西營盤(Sai Ying Pun)지역의 대로변에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지도로 미리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 보고 찾아 갈 것을 권한다. 길 찾기에 자신이 없다면 번화가인 센트럴(中環, Central)에서 택시를 이용해도 기본요금 조금 넘는 30H$ 내외의 요금이 나올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니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장어·돼지갈비 솥밥(白鱔排骨飯) 90H$.
▲뽀자이판의 별미 ‘누룽지’.
白鱔排骨飯은 한입 크기의 돼지갈비와 장어를 반반씩 얹은 솥밥으로 육류와 생선의 맛을 모두 즐길 수 있고 두 가지 재료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식재료여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누룽지의 구수한 냄새가 올라오는 질그릇의 뚜껑을 열면 갓 지어낸 뜨거운 밥에 돼지 갈비와 장어의 기름지고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 보는 것 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한다. 여기에 살짝 단맛이 가미된 중국식 간장을 뿌려 먹는데 돼지고기와 장어에서 나오는 동물성 기름이 짭짤한 간장과 어울려 풍부한 감칠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 밥을 다 먹고 난 후 솥에 남아 있는 바삭한 식감의 누룽지는 짭조름한 간장 맛과 구수함이 마치 잘 구워진 쌀과자를 먹는 듯하다.
곤기식당의 대표메뉴라 할 수 있는 ‘뽀자이판’은 질그릇에 밥을 지어내는 요리의 특성 때문에 주문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맛 볼 수 있다. 그래서 주문한 ‘뽀자이판’이 나오기 전까지 애피타이저 개념으로 간단한 요리를 주문해 차(茶)나 맥주를 함께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데 그중 가장 많이 주문하는 것이 홍콩식 굴전인 潮式蠔仔餅이다.
▲홍콩식 굴전(潮式蠔仔餅) 72H$.
굴에 부침가루를 입혀 한 개씩 부쳐내는 우리나라의 굴전과는 달리 주재료인 굴과 약간의 야채를 넣고 빈대떡처럼 큼직하게 부쳐내는 潮式蠔仔餅는 바삭한 식감과 굴의 향기가 일품이다. 짭짤하면서 고소한 맛이 맥주나 차(茶)에 잘 어울린다.
▲조개볶음(鼓椒炒蜆) 72H$.
굴전과 함께 이 식당의 인기메뉴로 손꼽히는 鼓椒炒蜆는 동남아의 중국계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개볶음이다. 싱싱한 바지락에 블랙빈 소스를 더해 강한 불에 볶아낸 음식인데 싱싱한 해산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단맛과 은은하게 느껴지는 불 맛이 일품이다.
▲야채볶음 초이삼(菜心) 60H$.
홍콩 현지인들은 식사때마다 빠짐없이 야채요리를 하나씩 주문하곤 하는데 이 식당에서도 대부분 테이블에서 위 사진과 같은 초이삼볶음이나 브로콜리를 기름에 볶은 蒜蓉西蘭花를 주문한다. 초이삼이나 브로콜리를 다진 마늘과 함께 볶아낸 채소요리는 강한 불에 짧은 시간 볶아내 아삭한 채소의 식감과 마늘향이 살아 있는데다 간도 세지 않고 적당해서 애피타이저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곤기식당 메뉴판.
곤기식당은 현지인 위주의 식당이어서 메뉴가 한자로만 표기되어 있다. 일부 인기메뉴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고 식당 벽에 붙어 있는 메뉴에도 일부 영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지만, 한자의 해독이 어려운 외국인이 이해하고 주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기본적인 인기 메뉴의 한자나 사진을 메모해 가서 보여주면 주문이 한결 수월하다.
곤기식당은 뽀자이판을 비롯해 대부분의 단품요리가 70~90홍콩달러이니 한화로 10,000원 안팎으로 홍콩식 별미를 맛볼 수 있다. 거기에다 현지인들 틈에 끼여 홍콩 특유의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럽지만, 왠지 정감이 느껴지는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실력을 갖춘 식당이니 홍콩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곤기식당의 메뉴 중에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잘맞을 듯한 음식 몇 가지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