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節稅상품부터 들고 계산기 두드리세요

새해가 밝았지만 상당수 투자자가 아직 깊은 허무주의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5년의 나쁜 기억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갑작스러운 중국 증시 붕괴와 잊을 만하면 불거진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마음 졸여야 했다. 웬만하면 3개월 만에 조기 상환된다던 주가연계증권(ELS)도 내가 가입하고 나니 주가지수가 폭락해 가슴 졸이게 만들었고, '이만하면 유가가 바닥이겠지' 하며 투자한 원유 펀드는 이후로도 반 토막 났다.

그렇다고 연 1%대 정기예금에 내 돈을 잠재울 수는 없는 일. 내내 노심초사하던 투자자들은 새해 심기일전하며 새로운 투자 전략을 찾고 있다. 원숭이처럼 약빠르게 내 돈을 굴려줄 묘안이 어디 없을까. 투자 전문가들은 일단 수익률 눈높이를 연 5% 이하로 확 낮추고 밑그림을 그릴 것을 권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값 급변동, 중국 돌발 변수라는 3대 악재로 올해도 시계(視界) 가 어두운 만큼 있는 돈을 잃지 않도록 잘 지키면서 수익이 날 길목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절세 혜택이 있는 '만능 통장'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일단 가입하고 볼 것, 해외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에 들 것이 1순위 투자 지침으로 꼽혔다. 또 지난해부터 확 풀리기 시작한 기업 배당금을 받아먹는 배당주 투자와 하락장에서 채권의 수익률 방어적 성격을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채권 혼합형 펀드 투자 등도 추천 대상으로 거론됐다.

절세의 미학, ISA·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재형저축과 소장 펀드가 작년 말 판매 종료된 대신 올해는 두 가지 절세 상품이 새로 출시된다. 3월 도입 예정인 일명 '만능 통장' ISA와 2월 도입 예정인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다.

ISA는 한 계좌 안에 예금·적금·펀드·주가연계증권(ELS)·상장지수펀드(ETF) 등 각종 금융상품을 담아 통합 관리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는 제도다. ELS나 ETF 등에 투자할 예정인 투자자라면 일단 ISA 계좌를 먼저 만든 뒤 이 계좌에 해당 상품을 담는 게 유리하다.

ISA 계좌를 통하면 의무 가입 기간인 5년이 지나고 나서 운용 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9% 저율로 분리 과세도 적용받을 수 있다. 총급여가 5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라면 운용 수익 250만원까지 같은 혜택을 받는다. ISA의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1%대 정기예금 상품을 바구니에 담는 것보다 기대 수익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게 낫다. 저리(低利) 예금상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챙겨봐야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르면 다음 달 도입될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 주식이 60% 이상 편입된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에 투자하면 1인당 납입액 기준 3000만원 한도에서 매매·평가 차익과 환차익에 대한 세금 15.4%를 면제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가입 가능하며 1인당 3000만원까지 낼 수 있다. 해외 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는 ISA 계좌 출시 이전에 이 상품에 먼저 투자금을 꽉 채우는 게 유리하다.

배당주·채혼 펀드 든든·안전

국내 상장사들이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지급할 배당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2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배당 수익률도 사상 처음으로 한국은행 기준 금리(현 1.5%)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될성부른 고(高)배당주를 고르거나 배당주 펀드에 가입하는 편이 은행에 돈 맡기는 것보다 훨씬 나은 셈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기업들이 이제 '투자도 안 할 거면서 돈 쌓아놓고 뭐 하느냐'는 주주들의 공격을 더 견디기 어렵게 됐다. 삼성전자가 작년 말부터 1년간 11조3000억원을 풀기 시작했듯 이런 움직임이 여타 기업에도 확산될 것"이라며 "배당 투자의 적기"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펀드 투자를 저울질한다면 올해는 특히 채권 혼합형(채혼) 펀드에 가입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다수 내놨다. 채혼 펀드란 투자 자산의 50% 이상을 채권에 담고 나머지는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해 플러스 알파 수익을 노리는 펀드다. 안전 자산인 예금은 금리가 너무 낮아 싫고, 주식은 너무 위험해 꺼려진다면 그 중간 성격인 채혼 펀드가 대안이란 얘기다. 김근수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부장은 "하락장에서는 채권의 수익률 방어적 성격, 상승장에서는 주식의 적극적인 수익 창출 성격의 덕을 볼 수 있는 위험 관리 상품"이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원자재·하이일드 투자는 좀 참으세요

올해 피해야 할 투자처도 유념해야 한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하이일드 채권과 원자재 투자를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하이일드 채권은 국제 신용등급이 BB+ 이하인 기업이 발행한 투기 등급 채권으로 원리금 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큰 대신 이자율이 높다. 이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는 주식보다는 투자 위험도가 낮고 국공채보다는 투자 위험도가 높아 저금리가 본격화한 지난해 국내에서도 많이 팔렸다. 하지만 하이일드 채권 발행 기업 중 상당수인 에너지 기업들이 저유가 여파로 부도 위기에 처했고, 미국 금리가 인상 국면에 들어서면서 채권 가격이 뚝뚝 내려가고 있다.

유가도 아직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원유 펀드 등은 아직 투자하기 이른 때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PB센터팀장은 "이란 제재가 풀리고 셰일오일 채굴 기술이 급격히 발전해 유가가 쉽게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 원자재 투자는 쉬운 분야가 아니다"면서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