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빗방울, 물보라… 주인공이 된 自然

수천만년 전 지구는 소행성과의 충돌을 가까스로 피했다. 그래서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고, 이 땅에서 계속 살고 있다. 그렇다면 한참 후에 나타난 인간은 공룡과 어떻게 지낼까?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는 이런 가정과 질문으로 시작한다. 초식 공룡은 농장을, 육식 공룡은 목장을 운영한다. 인간의 역할은 야생 상태의 개와 비슷하다. 네 발로 뛰어다니며, '왈왈' 짖고, 물어뜯는다. 공룡들이 모아놓은 식량을 훔쳐 먹기도 한다. 그래도 수치심을 배운 건지, 타고난 건지 아랫도리는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다닌다. 인간은 곤충과 공룡 사이의 중간쯤 어딘가에 있다.

농장에서 태어난 공룡 알로는 겁이 많다. 덩치도 크면서 농장의 옥수수를 훔쳐 먹은 인간 스팟을 잡지도 못한다. 그를 데리고 스팟을 잡으러 간 아버지는 강물에 휩쓸려 죽는다. 아버지를 잃고 슬픔에 빠진 알로도 강물에 빠져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는다. 거기에서 스팟과 다시 만난 알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굿 다이노'의 주인공은 자연이다. 때로는 아름답지만 무섭기도 하고, 파괴적이지만 연약하기도 하다. 자연에 이런 성격을 부여하고, 배경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했다. 공룡과 사람을 죽이거나 살리는 것도 자연이요, 이들의 눈물과 웃음을 자아내는 것도 자연이다. 특히 물과 하늘, 날씨의 표현은 현실 세계의 그것보다 입체적이다. 나뭇잎을 때리며 땅으로 굴러 떨어지는 빗방울이 전해주는 미세한 떨림이 사진 같은 회화로 전달이 된다. 제작진이 미국 북서부를 여행하면서 직접 래프팅과 승마를 통해서 자연을 경험한 뒤에 제작했다.

픽사·디즈니의 20주년 기념작이다. 픽사가 1995년 '토이스토리'란 작품을 내놨을 때의 충격을 떠올린다면, 기념작으론 절반의 성공이다. 컴퓨터 그래픽 회사로 시작한 픽사의 기술적 DNA를 살려냈다. 거품 같은 물보라를 일으키는 강물 등 자연을 묘사한 장면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갖다 쓴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공룡과 인간의 관계를 인간과 개의 관계처럼 설정한 것이 신선하지만, 그에 비해서 이야기와 캐릭터가 평이한 편이다. 가족과 우정, 사랑과 용기 등 애니메이션의 고전적인 주제를 명료하게 전달한다. 픽사의 전작 '인사이드 아웃'이 어른용 애니메이션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그 기회를 양보할 때인가 보다.

7일 개봉.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