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인기 지역 1위는 강남·2위 수정·3위 장안區

지난달 초 회사를 퇴직하고 자영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신명수(56·가명)씨는 요즘 서울 강남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빈 점포를 알아보고 있다. 이 지역에 해장국 프랜차이즈를 내는 것이 그의 계획. 신씨는 "임대료도 비싸고, 집(경기도 평촌)에서 멀다는 단점이 있지만 역시 장사를 하려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먹는 장사를 해야 안정적이라는 게 상식(常識)"이라고 했다.

자영업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과 업종은 무엇일까. 본지가 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소상공인포털 내 '상권정보 시스템'의 지난 1년간 이용 내역을 분석해 보니 지역은 서울 강남, 업종은 한식(韓食)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앞에 나온 신씨의 사례가 대세인 셈이다. '사람 많은 곳에서 먹는 장사'라는 상식이나 통념에 의존해 여전히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인데, 전문가들은 뚜렷한 차별화 없이 누구나 선호하는 지역·업종으로 창업을 하면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람들 관심 많은 지역, 경쟁도 치열

상권정보 시스템은 전국의 지역별 자영업 현황과 창업 환경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빅데이터' 포털이다. 지난해 이 포털을 통해서 70만6806건의 상권 분석이 이뤄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측은 "이 서비스 사용자는 새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예비 창업자나 이들을 상담해 주는 창업 컨설턴트들"이라며 "이용 통계를 보면 예비 창업자들의 선호 지역과 업종이 어떤 곳인지 드러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 상권에 대한 분석 서비스 이용이 가장 많았다. 총 4만2587건으로 전체의 6%에 달한다. 2만18건으로 2위를 차지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2배다. 공단 관계자는 "서울 강남은 소비력이나 유동 인구(하루 110만명)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어서 타 지역에 비해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해석했다. 2위에 성남시 수정구가 올라온 것은 서울 및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고 전형적인 '골목상권'이 발달해 생계형 창업을 모색하는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해석됐다.

3위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1만8707건), 4위는 서울 마포구(1만7669건)였다. 이 두 지역 역시 대학가를 끼고 있어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마포에는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홍익대 등이, 수원 장안에는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와 동남보건대 등이 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와 서울 서초구·송파구, 경기 고양시 덕양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서울과 서울 인근의 경기도 상권이 차지했다.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충남 천안시 동남구, 충북 청주시 상당구,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남 창원시 의창구 등의 순서로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빅데이터사업팀의 이동옥 부장은 "서울 강남 등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지역일수록 상권이 포화 상태에 가깝고,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면서 "이런 지역에선 그만큼 창업 리스크(위험)가 크고, 살아남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세 좇는 '뻔한' 창업 패턴 바뀌어야

예비 창업자들의 '대세 쏠림' 현상은 업종에서 더 심하다. 이른바 자영업 3대 업종이라는 '밥·커피·치킨'이 전체 상권 분석 건수의 30%에 육박했다.

전체 상권 분석 중 한식 업종에 대한 분석이 15%(10만2400건)로 1위를 차지했다. 예비 창업자 7명 중 1명꼴로 한식집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2위는 커피전문점(5만6552건), 3위는 닭·오리 요리(치킨집 포함)였다. 공단 관계자는 "이른바 '먹는 장사'가 비교적 쉽다는 통념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당수의 예비 창업자들이 차별화된 아이템 찾기보다 여전히 남들 따라 하는 '뻔한' 창업 패턴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종별 분석 순위 1위부터 10위 사이에서 요식업이 아닌 업종은 4위에 오른 병원(4.8%)과 5위 종합소매점(편의점·4.4%), 10위 이·미용(1.8%)이었다. 병원이 4위에 오른 것은 그만큼 개업을 준비하는 의사들이 많고, 이로 인해 이미 악화일로인 동네 병·의원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지표로 분석됐다.

이동옥 부장은 "상당히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업종과 지역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불과 한두 달 준비 후 '뻔한 지역'에서 '뻔한 업종'으로 창업한다"면서 "이런 고질적 패턴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 자영업의 창업 실패율은 계속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