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200조 넘어… 공모펀드 추격

사모(私募)펀드의 운용 자산이 200조원을 넘어서면서 공모펀드 규모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사모펀드의 운용 자산은 200조5204억원이다. 공모펀드의 운용 자산(218조6590억원)과는 불과 18조원 차이다. 금융 당국이 지난 2000년 투자신탁사에 주식형 사모펀드 발행을 허용한 지 15년 만에 200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공모(公募)펀드는 펀드 규모의 10% 이상을 한 주식에 투자할 수 없는 등 운용에 제한이 있지만, 사모펀드는 49명 이하의 고액 자산가 또는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주식, 헤지펀드, 부동산, 인프라, 선박, 유전 등 다양한 자산에 비교적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산가들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로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융 당국이 이제까지 자산운용사의 전유물이었던 사모펀드를 증권사·투자자문사 등에 개방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올해는 사모펀드 대전(大戰)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돈' 되는 사모펀드 인기

사모펀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존 투자처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지속하면서 주식과 채권 모두 수익성이 낮아진 데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또한 여전해 남들과 차별화된 수익을 내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사모펀드로 향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PB(프라이빗 뱅커)는 "사모펀드 운용 인력이 직접 참석하는 사모펀드 설명회에 참석할 수 없느냐는 고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면서 "사모펀드는 공모펀드나 PB들이 조언하는 전략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모집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수익률 등이 공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보다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1년 수익률은 펀드 유형별로 공모펀드보다 많게는 9%포인트까지 높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형 펀드의 경우 공모펀드 매니저가 환매에 대응하느라 수익률 관리에 애를 먹는 동안 사모펀드는 사전에 계획한 대로 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1%포인트의 수익률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상품의 구조를 짜는 것도 사모펀드의 성과가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문사들 대거 사모펀드 운용

작년 말 정부는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전문 운용 인력 3명만 있으면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를 운용하겠다는 투자자문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지난달 그로쓰힐투자자문, 라임투자자문 등 6개사가 등록을 했고, 피데스투자자문 등 7개사가 금융 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대한 수요가 많은 데다, 투자자와 약정을 맺기에 따라 운용 보수도 단순 투자자문보다 최고 10배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돈 좀 굴릴 줄 안다'는 투자자문사들은 대거 자산운용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70여 개에 달하는 기존 투자자문사 가운데 50개 이상이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융 당국이 증권사의 사모펀드 운용도 허용하면서 올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사이에서 사모펀드 시장을 두고 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현재 수억원에 달하는 사모펀드 최소 가입 금액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사모펀드 시장에 뛰어드는 운용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어느 때보다 옥석(玉石) 가리기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 당국에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마케팅에 이용하려는 투자자문사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보다 운신(運身)의 폭이 넓은 사모펀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손해도 많이 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성과 등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운용사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