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無情한 자연을 순례하듯 생존을 위해 생존한 남자

"왜 사는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는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한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살아야 한다. '생존' 자체가 사는 이유이다.

서부 개척 시대 이전인 19세기 미국에서는 모피 매매가 성행했다. 모피 회사에 고용된 휴 글래스(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아들 호크를 데리고 동료들과 함께 사냥하던 중 회색곰에게 습격당한다. 인종차별주의자인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아직 살아 있는 휴를 죽이고 돈을 챙기려고 한다. 호크가 이에 저항하자 호크마저 죽인 채 숨이 붙어 있는 휴를 땅에 묻고 떠난다. 눈앞에서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휴는 기적적으로 땅에서 기어나온다. 곰에게 공격당한 상처의 고통과 추위, 배고픔과 싸워가며 4000킬로미터가 넘는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쓴 소설을 각색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이다. 20분간 글래스가 불을 피우고 새를 잡아먹으며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만 조용히 보여주기도 한다. 죽을 뻔한 고비도 한두 번이 아니다. 곰한테 공격당했을 때는 물론이고, 인디언을 피해 한겨울 강물에 뛰어들거나 프랑스인들의 말을 훔쳐 타고 쫓기다가 절벽에서 떨어진다. 갓 죽은 말의 내장과 살을 다 발라낸 뒤 거죽 안에 들어가 추위를 피해 잠을 자는 장면은 소름이 끼친다. 155분짜리 영화에서 한 시간 이상을 글래스의 고난과 생존에만 할애하는데, 전혀 지겹지 않다.

이냐리투 감독은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광만 사용하고, 영화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할 것을 고집했다. 그래서 얻은 것은 무정(無情)함이다. 무채색의 땅과 하늘, 강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부정(父情) 때문이든, 복수 때문이든, 글래스가 살아야만 하는 목적은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자연과 같은 절대적 존재 안에서 인간처럼 미약한 존재가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로도 이유는 충분하다. 이냐리투 감독의 고집이 예술가의 허세가 아닌 게 분명하다. 이 작품으로 디캐프리오는 10일(현지 시각)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작품상과 감독상까지 받았다.

다음 달 28일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것이다. 그는 데뷔 이래 아카데미 시상식 연기 부문 후보에 4번이나 올랐지만 수상은 한 번도 못 했다. 설령 다섯 번째에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디캐프리오 없이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란 걸 알 테니까.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