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12 10:47

[시니어 에세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를…

12월에는 그해를 아쉬워하면서 저마다 각종 송별식 모임으로 분주하다. 필자 또한 12월 초 고등학교 동문송별회 모임에 참석했다. 같은 해 졸업했던 동기들이 거의 700명 가까이 되어 동시에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기에 지역별 즉 서울, 경기지역에 사는 친구들은 서울에서,그리고 대구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대구에서 이렇게 동일 날짜에 각각 다른 지역에서 송별식 모임을 했다.

서울지역 모임에서 가끔 참석하던 한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공부도 잘했고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다녔고 벌써 사십 대 후반에 직장 세계에서 별이라고 일컫는 임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동기 중 여러모로 앞서 가는 친구였다. 더구나 작년엔 그 친구의 아들이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대학 의예과에 입학하였다. 직장복, 자식 복 거의 모든 복을 다 가진 친구였다. 늘 부러움의 대상인 친구였다.

올해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부러울 것 하나 없었을 것 같았던 그 친구가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이제 나이 50이면 어느덧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할 나이이고 60부터 청춘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에 비해 나이 50이면 아직 생생하게 일을 하고도 남을 나이였다. 누군가 얘기했던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물론 폐암 4기라도 요즘 세상은 의학이 많이 발달하였기에 치료가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라고들 한다. 어쨌든 평소에 그렇게 건강하게 보이던 사람도 한순간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서울지역 모임에서 이런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다음 날 또다시 대구지역 모임에서 비보를 접했다. 대구 지역 모임을 끝마치고 집으로 가던 한 친구가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껴 도로에 쓰러지고 난 후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몇 시간 뒤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

왜 불행이 이 두 친구에게만 왔던 걸까? 이러한 상황을 두고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매일 뉴스를 접하다 보면 각종 사건 사고로 많은 이들이 귀중한 생명을 잃곤 한다. 본인의 과실로 발생하는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과 주위 상황으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접하게 된다.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관점에서 일상생활에 임할 때 비로소 내 삶에 대해 좀 더 애착을 갖고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낼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갈 때 나의 삶이 더 풍요롭게 행복한 삶이 되리라 본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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