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13 10:42

[시니어 에세이] 내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

음악이 있어 삶이 풍성했다. 돌아보니 음악과 함께 평생을 살아왔다. 단발머리 여중생 때 처음으로 합창을 했다. 교내 합창대회에서 모차르트의 아베베룸을 불렀는데 그때 합창의 매력을 느꼈다. 토요일이면 성당에서 결혼식이 있었는데 파이프오르간 연주로 바그너의 웨딩마치를 들으며 꿈을 꾸기도 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쯤 해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할머니와 고모, 삼촌,우리 칠 남매. 대가족인 우리 집. 줄 서서 육성회비를 타곤 했는데 공부 잘하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믿었던 그 시절, 부모님에게 레슨비를 매달 타내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다. 음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음악학원을 경영하며 음악과 함께 살아왔다. 그때에는 피아노교습 열풍이 불어서 요즘 영어 학원 다니는 것처럼 피아노학원은 초등학생들에게 거의 필수였다.

살다가 힘들 땐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크게 틀어 놓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집안이 쩡쩡 울리도록 볼륨을 높이고 몇 번 듣고 나면 숨이 트이고 했다. 음악이 삶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었다.

성가대는 25년째이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음악이 좋아서 따라다녔다. 음정은 정확하지만 약간 박치다. 하지만 25년을 노력한 결과인지 한자리에 있어서인지 그래도 모차르트의 대관식미사곡이나 헨델의 알렐루야 합창곡을 부를 수 있다. 이번 65세 때 맞이한 성탄절 미사에서 알토 솔로를 불렀다.

솔로라 하면 대단한 거 같지만 노래하는 부분이 짧고 음정과 박자만 정확하고 떨지만 않으면 할 수 있다. 그 외 음악적인 테크닉은 지휘자의 가르침에 따른다. 바이올린 1.2, 비올라, 첼로. 바순. 클라리넷. 6개의 현악기와 함께 연주하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연주였다.

젊은 단원들과 함께 부를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감사한 마음이다. 이번 성탄절 미사는 내 인생에 영광이었다. 그렇게 음악과 함께 했던 세월들이다. 음악으로 성공하거나 뛰어나게 잘한 것은 아니지만 내 삶에서 최고의 동반자는 음악이었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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