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면 널뛰는 정치 테마주 '거품 주의보'

13일 통신장비업체 하이트론의 종가는 1만550원이었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6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2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 7일 한국거래소는 "급격한 시황 변화 이유가 있는지 공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하이트론은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으로써 현재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공시 사항이 없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하이트론이 급등한 이유를 '안철수 테마주'로 묶였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4월 총선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근 증시에선 하이트론처럼 별다른 호재나 악재 없이도 등락을 하는 종목들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 테마주'로 불리는 '정치 테마주'들이다. 하지만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들은 주가 조작에 이용되기도 하고, 거품이 꺼지면 쉽게 급락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지적이다.

◇인맥·지연 등으로 테마주로 엮여

정치 테마주는 주식 투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주가 조작 세력이 테마주로 엮어 주가를 띄웠다가 이익을 챙겨 가기도 한다.

정치 테마주는 대부분 기업 대표나 대주주가 정치인과 인맥·학맥으로 엮여 있다는 이유가 붙는다. 안철수 의원이 대주주인 안랩이나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김병관씨가 의장으로 있는 웹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하이트론은 2대 주주가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한상진 전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테마주'로 거론된다. 우진플라임은 최대 주주가 반기문 UN 총장과 고향(충북 음성)이 같다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라고 불린다. 심지어 반 총장의 고향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 증시 전문가는 "유력 정치인과 연결돼 있다고 주가가 오른다는 것 자체가 우리 증시가 후진적이란 증거"라고 말했다.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회사도 난감하다. 주가가 급격히 올랐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주주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정치 테마주로 꼽히는 한 회사 관계자는 "괜히 (정치 테마주로) 엮이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있다"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어 영업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정치 테마주는 허상"

정치 테마주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기 쉽다. 기업 가치가 뒷받침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작년 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반 총장 영입설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하자,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되던 보성파워텍의 주가는 5000원대 후반까지 올랐다. 하지만 한 달쯤 뒤 4000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2년 대선을 전후로 정치 테마주 147개 종목을 살펴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2012년 6월 1일 기준으로 최고 62.2%까지 상승했던 정치 테마주 수익률은 2012년 대선 전일(12월 18일)에는 0.1%까지 주저앉았다. 반면 코스닥과 코스피는 각각 8.6%와 2.3% 수익이 났다. 금감원은 "정치 테마주는 허상에 불과하다. 거품이 꺼진 후 투자자들에게 피해만 안겼음에도, 유사 투자 형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 정치 테마주 147개 중 49개 종목이 시세 조종, 부정 거래 등 불공정 거래 혐의가 적발되기도 했다. 3분의 1쯤이 주가 조작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안종현 피델리티자산운용 이사는 "가격이 오를 때 따라서 샀다 급격히 가격이 내리면 팔지도 못하고 '물리는' 경우가 많아 투자할 때 정말 조심해야 한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나올 정치 테마주에 특히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