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조원 대형사 두 곳, 기업공개 앞둬

지난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던 IPO(기업공개) 시장이 올해에도 회복세를 이어갈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시장 신규 상장은 2014년보다 128% 증가한 16개 사로 4년 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도 102개(재상장, 스팩 합병 제외)로 200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총 공모금액 역시 4조5230억원으로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4조원을 뛰어넘었다. 한국거래소와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을 추진할 기업이 최대 160여곳(코스피 20개사, 코스닥 140개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상장 연기·철회 등으로 급격히 얼어붙었던 공모주 시장이 다시 올해 들어 활기를 띨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호텔롯데 등 '대어(大魚)'급 상장 예정

올해 IPO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제출해 상반기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총액이 10조~15조원쯤 될 것으로 예상돼 공모 규모 역시 이제까지 역대 최대였던 삼성생명(4조9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톰슨로이터그룹 소속 금융 전문지 IFR은 호텔롯데의 공모가액이 30억~50억달러(3조6000억~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에는 삼성의 바이오 부문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IPO를 위한 TF를 구성했다. 아직 코스피·코스닥시장 중 어느 쪽으로 상장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면 시가총액 9조원쯤(18일 기준)인 LG전자를 제치고 시가총액 상위 25위 안에 바로 올라가게 된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다면 시가총액 13조원쯤인 셀트리온과 수위를 다투게 된다.

이 밖에도 티브로드, 현대오일뱅크, 현대엔지니어링, 용평리조트 등이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LS전선아시아, 인터코스 등 외국 기업들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선 작년 말 상장이 몰리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상장을 포기한 차이나 크리스탈, 아이엠텍, 안트로젠 등 기업 10여 개가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와의 합병을 통한 상장, 기술 특례 상장 등 다양한 방식의 상장이 늘어 올해 코스닥 시장에선 IPO 열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묻지 마 청약'은 피해야

작년엔 연말에 신규 상장 기업이 몰리면서 시장의 수요보다 많은 공급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대거 상장을 철회하거나 포기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을 위해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했지만, 한꺼번에 쏟아지는 공모주 물량 때문에 상장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거래소를 중심으로 상장 시기가 연중 고르게 분포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이 연말에 몰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상장 예정 기업들이 과도하게 공모가를 높이려는 욕심을 부리는 것도 시장에선 문제라고 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도하게 욕심을 부렸다가 공모가보다 시초가가 내려가면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게 마련"이라면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공모가를 정하고, 실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상장 차익만 기대하고 '묻지 마 청약'을 할 게 아니라 기업 가치를 잘 따져 투자할 필요가 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에 직접 청약할 때는 공모가가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본 후에 투자해야 한다"며 "상장을 앞두고 갑자기 실적이 급격하게 나아졌을 때는 실적에 허수가 포함돼 있는지 따져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