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타매매 많은 종목, 주가변동 커

회사원 윤모(39)씨는 지난해 여름 회사 동료가 주식 투자로 휴가비를 벌었다는 소리를 듣고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깔았다.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주식을 샀다 팔길 몇 차례. 하루 10%씩 돈이 벌리는 날도 있었지만, 다음 날 번 것 이상으로 잃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윤씨처럼 거래 수수료가 공짜에 가까운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이 늘면서 초단타매매(데이트레이딩) 거래량과 거래 대금이 전년도 대비 두 배 급증한 1194억주, 658조원어치에 달했다. 작년 전체 거래량의 45.4%에 해당하는 규모다. 단타매매는 하루에 동일 계좌에서 한 종목에 대해 두 번 이상 매수·매도 거래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하루 주가 변동 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단타매매가 많았던 종목을 분석해 보니, 공통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매우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꽤 번 사람이 있었다면 그만큼 잃은 사람도 많은 위험한 도박장이었다는 얘기다.

◇단타매매 몰리는 '개미지옥' 주의보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단타매매량이 많았던 종목을 10개씩 뽑아봤더니 코스피에서는 미래산업·슈넬생명과학·쌍방울·이아이디·키스톤글로벌 등이, 코스닥에서는 KD건설·씨씨에스·세종텔레콤·솔고바이오·이화전기 같은 종목이 꼽혔다〈그래프 참조〉.

이 종목들 중엔 지난해 주가가 100% 이상 오른 종목도 여럿 있었다. 코스피 지수가 2.4%, 코스닥 지수가 25.7% 오른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상승률이다. 하지만 하락 폭이 20~30%에 달한 종목도 상당했다. 휴대폰 부품업체 이아이디는 중국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작년 6월 614원이었던 주가가 9월 2700원대까지 폭등했다가 전 경영진의 횡령 혐의 등으로 연말에 900원대로 주저앉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루 주가 변동 폭이 8.8%로 코스피 상장 주식의 평균 하루 주가 변동 폭(1.8%)의 거의 5배에 달했다. '반기문 테마주'로 꼽히는 신재생에너지 업체 키스톤글로벌도 하루 평균 주가가 7.8% 등락하다 연초 대비 주가가 26% 하락했다. 코스닥 종목 중엔 하루 평균 주가 변동 폭이 10~20%대에 달하는 종목도 수두룩했다.

지난해 핀테크·음식료·건자재·화장품·바이오 같은 중소형 테마주가 들썩인 것도 단타매매를 부추기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A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개별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을 단타매매 해서 얼마의 수익을 얻었는지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작두를 타지 않은 이상 매번 돈을 벌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적어도 내 주변에 단타매매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못 봤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단타매매… 美선 대선 이슈로

금융 선진국인 미국에선 컴퓨터로 무장한 기업화한 단타매매꾼들이 성업 중이다.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 출신 펀드매니저인 짐 사이먼스가 차린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초단타매매로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워런 버핏 같은 투자의 달인이 손실을 본 지난해에도 수익을 냈다.

초단타매매 기관인 '버투파이낸셜'이란 기업은 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자로 활동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초 단위 호가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낸다. 지난해 상장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런 초단타매매가 주식시장 교란의 주범이라며,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화된 단타매매자들은 아주 작은 차익이지만 대규모로 사고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개인이 이를 흉내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올해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때는 특히 개인들이 섣불리 단타매매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