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겨울 여행
양장점을 연 어머니는 늘 바쁘셨다. 어린 아들은 경기도 포천 외가에 맡겨졌다. 아이는 자연에서 뛰놀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친구들과 자주 갔던 비둘기낭 폭포(천연기념물 제537호)를 다 자란 후 그림으로 그렸다. 화가 사석원(56)의 작품 '비둘기낭 폭포'(2011). 화폭 속에서 흰 물줄기는 푸른 바위 틈 사이를 헤집고 힘차게 떨어진다.
비둘기낭은 마을 이름이다. 옛적에 흰 비둘기가 낭(낭떠러지)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렀다고 한다. 한탄강 흐르는 포천 서북쪽에 있다. 강원도 철원에 가깝다. 포천은 꽤 넓은 지역이다. 면적 826㎢로 서울(605㎢)보다 크다. 승용차로 두 시간(서울 기준) 달려 비둘기낭 폭포에 도착했다. 50만~13만년 전 화산 작용으로 생겼다는 주상절리(기둥 모양 암석) 협곡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둘기낭 폭포는 영화·드라마 단골 촬영지다. 영화 '최종병기 활' '늑대 소년', 드라마 '선덕여왕' '추노' '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요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도 나왔다. 비둘기낭 앞 관광안내소 직원은 "지난 주말 추운 날씨인데도 1300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지금은 폭포 물줄기를 볼 수 없다. 물 많은 장마철에만 시원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새파랗게 고여있는 물과 움푹 파인 낭의 모습은 다시 올 풍성한 시기를 짐작하게 한다.
발걸음을 포천 아트밸리로 옮긴다. 한때 채석장이었던 곳이다. 1960년대부터 질 좋은 화강암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청와대, 국회의사당, 대법원 건물을 이곳 돌로 지었다고 한다. 채석장은 2002년 용도 폐기됐다. 떼어낸 돌이 방치돼 흉물로 남았던 채석장은 2009년 새로 태어났다. 나무를 심고 조각공원과 야외 무대를 만들었다. 자연은 상처투성이 돌산을 다시 보듬었다. 화강암 채석으로 20m 깊이로 파인 웅덩이에 빗물이 고이고 샘물이 흘러들어 호수(천주호)가 생겼다. 1급수에만 산다는 도롱뇽·가재·피라미 같은 놈들이 찾아들었다고 한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 기적이다. 호수는 일부 얼었지만 깊은 곳은 에메랄드 빛 푸른 물이 햇살에 반짝였다.
포천을 겨울에 찾는 까닭은 온천이 있기 때문이다. 서쪽에 있는 신북리조트는 수영장 시설을 갖춘 워터파크 형태.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성분이라고 한다. 동쪽 일동제일유황온천은 유황 성분이 많다고 자랑한다. 이틀에 걸쳐 두 곳 모두 들렀다. 신북리조트는 가족과 함께 가면 좋을 듯하다. 일동제일온천은 동네 허름한 목욕탕 같다. 언 몸을 녹이기엔 충분했다.
(서울 기준) 43번 국도에서 78번 지방도 대회산리 방향 좌회전 비둘기낭 방면. 43번 국도가 포천을 동서로 나눈다. 서쪽에 비둘기낭 폭포, 신북리조트(031-536-5025), 허브아일랜드(031-535-6494) 등이 있다. 동쪽에는 산정호수, 포천 아트밸리(031-538-3483), 일동제일유황온천(031-536-6000) 등. 겨울에만 열리는 지역 축제가 한창이다. 동북쪽 백운계곡에서는 31일까지 동장군축제(031-535-7242)가 열린다. 동쪽 화현면 명덕천 지현리에서는 올해 처음 열리는 송어축제(031-542-2727)가 내달 10일까지 진행된다. 허브아일랜드는 불빛동화축제 중이다.
유명한 이동갈비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이동갈비촌에는 김미자할머니갈비(031-532-4459)를 비롯해 저마다 원조를 내세우는 갈빗집이 줄지어 있다. 여행 코스를 포천 아트밸리에 이어 서쪽 방면 비둘기낭→신북리조트→허브아일랜드 방향으로 잡았다면 이동갈비촌은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릴 만큼 꽤 멀다. 인근 신북오리촌에서 오리고기와 돌솥밥 등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