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고 두 번째 날, 혜화동 동숭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을 관람하였다. 고 김광석의 20주기를 맞이하여 동물원과 그 멤버들의 지난 시간들 그리고 꿈과 청춘을 이야기한다.
함께 했던 젊음의 시간 속에서 멀어져 간 친구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그들의 노래 '서른 즈음에'로 막을 내린다. 멤버들만의 추억이 아니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우리들의 시간이 무대 위에 함께 하고 있었다. 진한 향수를 불러오게 하는 잊혀 가던 노래들에서 만나는 꿈, 사랑, 청춘의 시간들이다.
사진=드림컴퍼니 제공
그는 떠나갔지만 창틀의 먼지, 빛 바래가는 악보들, 손때 묻은 피아노의 건반은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 그들의 지나간 시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정 하나로 살던 시절에 현실과 동떨어진 꿈을 키우기도 하였으나 그 꿈으로 함께 사랑할 수 있었던 청춘의 시간들이 창틀에 붙어 있는 먼지처럼 기억 속에서 팔랑거린다. 하지만 이미 사라져 간 친구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새롭게 알아가는 건 내가 무심히 생각하는 것들이 때로는 상대방에게는 너무나 소중해서 치명적인 것이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이다. 새해 시작을 죽음이라는 명제로 던지는 무게감이었으나 나는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다. 생에는 언제나 동전의 양면이 있으므로 그것은 새해가 내게 전달하는 메세지로서 세상을 받아들이는 시선에서 어떤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가끔 주변의 지인들에게서 전화가 올 때가 있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가 한번 만나자는 요청이다. 가깝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 한번 이라는 매우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말로 약속을 미루어버린다. 그러나 새해부터는 그들에게 언제라는 정확한 일정을 제시하기로 한다. 그것이 때로는 그들에게 어떤 극단의 대한 상황의 전달이 아니어도 삶에서 내가 전달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점을 시도할 수 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죽음이 전달하는 내용에서 배워가는 건 일상의 모든 것들에서 마주하는 감정을 그대로 전이시키지 않는 긍정적인 느낌으로의 반전이다. 또 하나의 나이테를 키우면서 시선의 지평이 아주 조금 노루꼬리만큼 자랐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