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덜컹대지만 아직 잠재력 무궁… 우리 애들 용돈도 中펀드 넣어요"

"예전처럼 목표 수익률을 먼저 정해놓고 투자 전략을 짜지 마십시오. 올해는 수익률보다 리스크(원금 손실 위험)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올해 총자산 100조원 달성을 앞둔 한화생명의 운용 자산 80조원을 굴리는 권희백(53) 투자부문장(전무)은 올해의 키워드로 '불확실성'과 '변동성' 두 가지를 꼽았다. 단순히 금리가 낮은 것을 넘어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불안한 시장이 예상된다는 경고다.

권 부문장은 한화생명·한화증권의 투자 전략 담당과 리스크관리본부장으로 일했던 '투자 리스크 관리 전문가'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에서 만난 권 부문장은 "기준금리를 올린 미국과 여전히 돈을 푸는 유럽·일본 등 주요 경제 주체들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올해는 자금이 매우 빠르게, 큰 규모로 움직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은 유망 분야만 골라 투자하라

―선진국들의 '각자도생'이 개인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요소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어진 미국의 양적 완화로 시장엔 4조달러 정도 되는 엄청난 돈이 아직 풀려 있다. 지금까지는 선진국들이 비슷한 경제정책을 폈기 때문에 큰돈이 한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욕조에 '미지근한 물'이 담겨 있는 상태와 비슷했다. 선진국들의 동조화가 깨지면 마치 욕조 한쪽에 뜨거운 물이 있고 다른 쪽에 찬물이 있는 상태처럼, 돈의 흐름이 빨라질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갈지를 미리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일지 뚜렷한 방향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리스크를 계산하지 않고 지금 투자를 한다면 크게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리스크 계산'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

"개인 투자자라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을 명확하게 정하면 된다. 내가 5000만원을 투자하는데 1원도 잃어서는 안 된다면 금리가 낮아도 원금 보장이 되는 예금이 넣는 것이 옳다. 10% 정도인 500만원 정도 손해를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과거 1년 동안 가격 변동 폭이 10% 이내였던 자산에 투자하면 된다. 이런 방법으로 리스크를 먼저 계산한 다음에 목표 수익률을 정하는 전략을 올해는 권한다."

―연초부터 중국이 투자자들을 현기증 나게 하고 있어 불안하다.

"개인적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아이들이 용돈을 모으면 이를 전부 중국 펀드에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 증시가 당장 오르리라고 본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중학생·고등학생이니까 혹시라도 돈이 필요한 시기가 되려면 10년 정도는 걸릴 것이고 그때쯤 되면 다른 어떤 시장보다는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은 갖고 있다. 아직은 많이 덜컹거리고 있지만, 이런 과정은 중국 경제가 치러야 할 통과 의례라고 본다. 세계에서 둘째로 큰 경제가 매년 6% 넘게 성장 중이고, 내륙 지방을 보면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중국 시장에 지금 투자해도 된다는 뜻인가.

"그렇긴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투자자가 그랬듯이 상하이종합지수 같은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방식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중국 시장이 부진한 것은 펀더멘털(fundamental·거시 경제의 기본 요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은 앞으로 더 둔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구조 개혁 과정에서 어느 분야가 상대적으로 성장을 많이 할지를 골라낼 필요가 있다. 내수·소비재·유통·인터넷 업종이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좋아 보인다."

◇달러는 저점 대비 30% 올라… "추가 상승 여력 크지 않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파장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많이 올랐는데, 환율은 더 상승할까.

"미국 금리 인상이 오래전에 예고됐다고는 하지만, 지금 세계시장 상태를 보면 역시 실제 인상을 한 후 영향은 작지 않아 보인다. 자꾸 때리려고 할 때는 맞으면 시원할 것 같았는데, 정작 맞으니까 아프다고나 할까. 시장의 혼돈과 저유가에서 비롯되는 낮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연방준비제도가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더 올리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아울러 현재 환율이 저점 대비 30% 이상 올라온 상태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환율은 보통 저점 대비 40% 정도면 고점이라고 본다. 달러 환율이 더 올라갈 여지는 있지만, 크게 오르기는 어렵고 혹시라도 방향을 전환하면 하락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신흥국에서 돈이 빠르게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중국을 비롯해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유가 때문에 큰 변동성을 겪을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신용 리스크가 있다. 2008년 이후 돈이 풀리니까 모든 경제 주체의 부채가 늘어났고, 금리가 낮아 신용등급의 차이에 따른 이자율 차이도 점점 좁아졌다.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신용도가 낮은데도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빚을 많이 얻어 쓴 저(低)신용 국가·기업 등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빠르게 올라갈 것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의 이자율은 이미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하이일드 채권(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채권), 신용도가 낮은 신흥국, 신용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DLS(파생결합증권) 등은 투자하기 위험해 보인다."

―투자하기 안전한 자산이 거의 없어 보이는데….

"사실이다.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자금의 이동 방향이 어느 정도 보이기 전까지는 서두르지 말고 예금이나 현금 등을 보유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