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27 09:53

“속은 편안하신지요. 이제야 집에 돌아와 한 숨 돌리고 앉은 지금, 왠지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제가 잘못 해드린 거 있으면 다 용서해 주세요….”

전송을 누르고 나면 되돌릴 수도 없는데 왜 이런 카톡을 보냈을까. 점심을 함께한 후, 차도 마시며 저서 출간과 관련한 이야기까지 즐거이 나누고 돌아와서는 말이다. 얼마 전 위암 수술을 겪어내신 여든 넘은 노스승께 카톡으로 속이 편안하신지를 묻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갑자기 용서를 구하고 싶어진 건 내가 생각해도 이상했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스마트폰도 최신형으로만 쓰는 ‘젊은 노인’이시라 요즈막 농담도 곧잘 건네 드리곤 했는데, 그중 혹시나 나의 결례가 떠올라서만은 아니었다.

카톡 보다 한 박자 늦게 알아차렸다. 그렇구나, 어떤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부지불식간 감각의 작용 때문이었구나. 스승을 배웅하며 안녕히 가시라고, 건강하시라고 인사드리면서 맞잡아 드린 손이 꺼칠하니 완전 얼음장이었다. 따뜻한 곳에서 김 솔솔 오르는 음식과 차를 든 끝이라 나는 다소 더운 듯 싶던 터였다. 깜짝 놀랐다. 아니, 가슴이 철렁했다. 그럼에도 콧수염의 사나이, 미국의 영화배우 찰스 브론슨을 익살맞게 바꾼 “찬 손 부르튼 손”이시라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집에 오는 내내 자꾸만 일어나는 방정맞은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이어폰의 음악을 한껏 키웠다.


정상적인 체온 유지=건강 유지

사실 현대인의 90%가 저체온이라지 않는가. 건강한 사람의 체온은 36.5도에서 37.1도 사이인데, 원시시대엔 37도 정도였다가 수백만 년에 걸쳐 0.5도 낮아졌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50년간 1도 정도 크게 낮아져서 요새 사람들의 체온은 대부분 35도 대란다. 이런 급격한 체온의 변화는 스트레스가 큰 환경과, 많이 먹으면서 몸은 잘 움직이지 않고, 무조건 약으로 해결하려는 데서 왔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원인불명의 질병도 많아졌다니 저체온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스승과 같은 노인들이나 암 환자도 대부분 체온이 정상보다 낮다고 한다. 암세포는 낮아진 체온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해진다고도 한다.

[시니어 에세이] 1도는 더하고, 2도는 빼고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체온은 면역력과 직결된다고들 말한다.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5배나 높아지고,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은 30%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는 것도 몸에 침투한 균을 물리치려는 일종의 면역작용이란 얘기다. 저체온에서는 그런 발열작용이 떨어져 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효소도 제 기능을 잃어서 산소나 영양분을 체내에 제대로 운반하지 못해 몸의 기능이 저하된다니 체온의 중요성이 새삼스럽다.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는 정상적인 체온 유지야말로 곧 건강 유지의 열쇠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면 체온을 올릴 수 있을까. 스승께 알려드리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찾아봤다. 우선 따뜻한 옷과 음식이 필요한 건 두말할 나위 없다. 온도만이 아니라 생강이나 마늘, 양파, 쇠고기 같은 따뜻한 성질의 음식이 좋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깊은 복식호흡과 특히 근육을 붙이는데도 신경을 써야한다. 체열의 40% 이상이 근육에서 생산되는데다, 근육이 많은 사람의 질병 사망률은 적은 사람의 절반에 불과하다지 않은가. 신문에서 보니 근육은 35세부터 감소되기 시작해 60세부터는 그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진다. 평균 80세의 근육은 60세의 절반에 불과해지면서 균형 감각이 떨어져 낙상사고의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넘어져 걷지 못하게라도 되면 근육을 자극하는 활동이 없어져서 근육량은 급격히 줄어든다. 때문에 몸통으로 혈액과 수분이 집중돼 기관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기능이 크게 약화된다. 젊은층과 달리 이를 회복하기 어려운 노인층은 작은 감염에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근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작년 봄부터 ‘웨이트 & 코어’라는 강좌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몸을 천천히 움직여 근육에 부담을 크게 주면 땀이 바짝 나고 체온이 오르는 걸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숫자

체온은 정상화 못지않게 그 유지가 관건이다. 바깥에 내놓는 얼굴이며 팔과 다리의 온도는 달라지더라도 장기들이 활동하는 체내 온도는 늘 같은 항상성이 유지돼야 한다. 너무 높거나 낮아지면 작동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세포가 손상되거나 신진대사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난 133년간 간 0.85도 오른 평균기온이 점점 급상승하면서, 이대로 간다면 2100년까지 상승온도가 4도를 넘으리라는 심각한 상황이다. 2도 이상 오르면 자연재해와 생물멸종과 같은 재앙이 닥치기 때문이다.

1.9도까지는 괜찮다가 2도를 넘길 때 갑자기 재앙이 오는 게 아니라, 온난화 방지의 비용과 효과를 감안해 현실적으로 타협된 숫자가 2라고 한다. 이 숫자를 넘기지 않기 위해 지난해 말께 파리에서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댔거니와, 2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숫자로 대두되고 있다. 지구에게 2가 중요한 숫자라면 우리 몸에게는 1이 그런 숫자가 아닐까. 낮아진 우리의 평균체온에서는 1도를 더하고, 높아진 지구의 평균기온에서는 2도를 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난방온도는 조금 낮추고 창틀이나 창문에 보온시트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2도 마이너스에 작으나마 힘을 보탤 수 있다. 1도의 플러스를 위해서는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움직이면 어떨까. 몸만이 아니다. 마음 또한 조금 덜 걱정하고, 조금 더 평화로워져야 할 것 같다. 언 손도 마주잡으면 녹는다고 했다. 우리의 손이 마침내 싸늘히 식어버리기 전에 더 잡아주고, 더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음과 몸의 온기를 유지하는 게 삶’이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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