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DNA 치료 첫 삽 뜨러 왔어요"

"미국 의학계는 질병 유전자 연구 열기가 뜨거워요. 골드러시가 일어난 서부 개척시대 같아요. 한국은 너무 늦었어요. 이러다 한국인 질병 유전자 특징을 미국 에 알아봐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 의대 한시훈(57) 소아과 교수가 국내 가천의대가 최근 문을 연 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유전체 의학과를 개설하기 위한 전초 작업이다. 유전체(genome)는 유전자와 세포핵 속 염색체의 합성어로 2만여 유전자와 유전 정보를 총칭하는 말이다.

한 교수는 워싱턴대 생화학분자 유전체 연구소 소장으로 희귀 질환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 치료제를 개발하는 유전체 의학 분야 권위자다. 미 국립보건원이 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그에게 준 연구비가 80억원에 이른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유전체 연구 성과를 일궜다.

한 소장은 "병명도 치료법도 몰랐던 희귀 신경계 또는 근육병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검사를 해보면 50명 중 3명 정도에서 질병 발생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치료법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 고유의 유전자 정보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를 시도하는 맞춤 정밀 의학은 미래 의학의 꽃으로 불린다. 그는 "한국인도 표준 값으로 쓰는 유전자 공공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