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 영보자애원은 다양한 사연들과 여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랑의 공동체이다. 일 년에 두 번 이곳을 방문하여 그분들과 어우러져 즐겁게 지내고 온다.
날씨가 쌀쌀하다. 주차장에 내리니 강당으로 모여드는 자매들이 보인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머리에 예쁜 머리핀을 꽂은 자매들이 지나간다.
이번에는 단팥빵과 음료수를 가지고 방문하였다.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어느새 넓은 강당을 꽉 채웠다. 400명쯤 되는 인원이다. 매년 이렇게 무대에 오르니 긴장감도 없이 편안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 헨델의 알렐루야 합창곡과 성탄 메들리를 정성껏 불렀다. 모인 분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봉사하시는 분들과 항상 긴장 속에 지내시는 직원 여러분을 위한 곡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에 빠지지 않은 색소폰 연주. 색소폰 연주가 끝나자마자 자매님들 트롯트 음률에 흥이 났는지 슬슬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남행열차의 신 나는 노래를 목청껏 불러 젖히니 이제는 춤판이다. 성가대원들의 목청 터지는 트롯트 메들리에 정신적 나이가 6~7세 된 자매님들은 본능적인 춤솜씨를 뽐낸다. 이 춤마당은 신부님도 지휘자도 수녀님도 모두 한마음이 되어 어울려진다.
사람이 고픈 사람들이다. 어떤 할머니가 나를 붙잡고 하시는 말씀이다.
“엄마가 왔다. 머리핀 주고 다시 갔다.“
“우리 대모 엄마가 아프다. 그래서 갔다. 또 온다. 이 핀 주고 갔다“
마음이 짠해진다. 모습은 할머니인데 아직도 엄마의 사랑이 고픈가 보다.
함께 어우러져 그분들과 한바탕 놀고 나면 우리도 역시 어린아이가 된다. 눈치껏 알아서 노래도 불러주고 춤도 춰주고 안아도 주고 대꾸도 해주다. 놀다 보면 어느새 친구가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앞에서 나랑 놀던 자매가 어디를 갔지?' 하며 찾게 된다.
특별한 날에 우리만, 나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사랑이 고픈 이분들과 나눌 수 있음에 나야말로 감사드린다. 미약하나마 이렇게 나눔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