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졌으니 사라?… '역발상 투자' 주의를

최근 증권가에서는 원유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해 하루 만에 30% 가까운 수익을 올린 사람들이 속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원유ETF는 증시에서 사고팔 수 있으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금융상품이다. 화제가 된 것은 유가가 오르면 상승률의 3배 수익이 나는 원유ETF 상품이다. 지난 주말 유가가 하루에 9% 급등했을 때, 27%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유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유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으로 '역발상(逆發想)' 투자를 한 것이다.

연초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증시 전망이 안 좋아지자, 역발상 투자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남들과 거꾸로 투자해서 큰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역발상 투자가 성공하면 '스마트 투자자'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실패할 확률도 적지 않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역발상 투자로 주식 펀드에 자금 유입

역발상 투자자들은 남들이 찾지 못한 투자 신호를 찾아서 미래를 전망하고 투자를 한다. 예컨대 지금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는 주식에서 빠져나와 채권 등 안전 자산을 찾는다. 그래서 증시 예탁금이 감소했다. 그러나 역발상 투자자들은 '지금이 저점'이라는 생각으로 주식·원유 등 다른 투자자들이 피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가지수 1900선이 무너졌고, 국제 유가도 배럴당 30달러 선이 무너졌기 때문에 더 이상 하락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역발상 투자자들이 늘면서 실제로 주식형 펀드에는 올해 들어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 531억원이 순유출된 이후 5일부터 지난 22일까지 14 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원유 상승에 베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을 추종하는 '미래에셋 TIGER 원유선물ETF'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추락했던 지난 3주간 1245만주가 신규 설정됐다.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투자자가 이익을 얻는 '미래에셋 TIGER 원유 인버스선물' ETF의 경우 75만주에서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역발상 투자, 가능할까'라는 분석 자료에서 "저가 매수가 가능한 영역에 들어섰다"는 의견을 내놨다. 마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을 밑돌고 있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줄어든 점, 또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이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수급이 추가로 악화되기 힘들고,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져 추가 하락의 여지가 적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역발상에 대한 '과잉확신'은 조심해야

이 같은 역발상 투자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현대증권은 '역발상 투자의 유혹'이라는 분석 자료를 통해 "투자에서 역발상 투자는 양날의 칼"이라며 "잘만 쓰면 생각지 못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원칙 없이 사용할 경우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것 같은 최악의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투자자가 '과잉확신'(overconfidence)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잉확신이란 자신이 가진 정보와 판단이 합리적이고 정확하다는 데 과도한 확신을 갖는 것이다.

역발상 투자를 위해 남들이 찾지 못하는 정보를 캐다 보면 미래를 잘못 예측하고, 그 결과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반등을 노린 묻지 마 식 투자는 지양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하게 자산을 배분하는 방법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