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29 09:45

보건복지 관계기관 통계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독거노인 수는 137만 9천 명으로 2005년 77만 7천 명보다 1.8배 늘었고,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10년 후인 2025년에는 현재의 1.6배인 224만 8천 명, 20년 후인 2035년에는 현재의 2.5배인 343만 명으로 다시 증가할 추세라 한다.

전체 노인에서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17.8%에서 2035년에는 23.2%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실로 노인 인구 4명 중 1명은 혼자 살게 되는 셈이다. 이는 급격한 고령화와 남녀 평균 수명 차이, 부모 부양에 대한 가치관 변화, 도시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적고 있다.


노년에 겪는 4고(四苦)

독거노인들이 겪는 이른바, ‘노년 4고(老年 四苦)’ 는 경제, 건강, 소외, 무위(無爲-하는 일 없음) 라고 한다.

경제나 건강 문제는 국가나 사회에서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이고, 독거노인들의 곁에서 불편함을 돌봐 드리고 말벗이 되어 주며, 소외, 무위 감을 달래주는, 우리 고장 노인복지관에서 행하고 있는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활동을 통해, 독거노인들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돌봐 드리는 방안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시니어 에세이] 독거노인의 벗, 생활지도사
연말을 맞아, 진천노인복지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들의 활동 수기를 책으로 내기 위한 일을 돕게 되었다. 문장을 살피고 책으로 내기에 알맞게 편집하는 일인데, 처음에는 그저 형식적인 일로 문장만 살피면 되겠다 싶었는데 글 속에 나타난 독거노인(생활관리사들이 한결같이 쓰는 용어는 ‘어르신’)들의 애환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관리사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빨려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처음 대할 땐, 무뚝뚝하고 별로 탐탁지 않아 하시다가 끈질긴 구애 작전(어느 생활관리사의 표현)에 항복하시고 말문을 여심과 동시에 온갖 정을 다 내어 보이신다는 것이다. 시골 길을 타박타박 걸어 찾아가서, 무덤덤하고 무표정인 채 대하시는 어르신을 만나게 되면, 직책에 대한 회의도 들었고, 실망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으나, 그도 잠시, 수차례 딸 같고 손녀 같은 마음으로 친절을 다해 대해 드리니 어느새 주름진 얼굴이 함박웃음으로 변하여 안아 주셨다고 한다.

30여 분의 글을 읽다 보니,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한결같은 짙은 감동이 가슴에 차올라 울먹인 기분을 느끼기도 하였다. 사는 주거 환경이 열악하여, 허름한 곳에 불도 켜지 아니한 어두컴컴한 집안 분위기, 귀가 어두워 대화도 어려우신 분께 환한 미소로 다가가 위로와 안락을 드릴 수 있다면,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드릴 수 있다면 서슴지 않고 그런 사랑을 바탕으로 오늘도 힘차게 달려가는 ‘행복전도사’가 되겠노라는 생활관리사분들께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연락이 잘되지 않아 찾아가보니, 어르신이 쓰러져 계셔서 황급히 119에 연락하고, 자손들에게 통보하여 어르신을 뇌졸중 위기로부터 면하게 해 드렸단 이야기는 이들이 말벗이나 일반 생활도우미를 벗어나 생명 구조 활동까지 하는 ‘찾아가는 응급실’ 의 역할도 감당하고 있음을 알았다.


정(情)에 굶주린 어르신과 생활관리사

무엇이든지 대접하려는 인정 많은 어르신, 작은 텃밭에서 가꾼 농작물을 싸 주시는가 하면 무엇이든 주고 싶어 못 배기는 어르신들을 뵈올 때면, 친정어머니를 뵌 듯 더욱 넘치는 정을 맛본다고 한다.

아이들 체험활동을 하노라 데리고 갔을 때는, 손주들 왔다고 냉장고에서 반쯤 남은 김빠진 사이다를 주셨다. 그 여름날 마신 그 사이다가 어느 때보다 시원하고 맛있었다던 어느 분의 착한 마음씨. 노란 양푼에 타 주신 그 묽은 커피맛은 맛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어머니의 정이 함께 녹아 은근한 맛이 배여 있다고 쓰고 있는 분의 마음씨가 곱고도 넉넉하다. 연륜이 깊이 쌓인 어르신들께 주고 도와드리는 것보다 오히려 얻고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겸손한 이들이, 이들 생활관리사다.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 발전에 헌신하셨을 뿐 아니라, 자손들을 애지중지 키워오신 분들이다. 자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들만은 고이고이 키우고 공부시켜 주셨던 분들이시다. 마땅히 노후에 떠받침을 받아야 하건만, 자식이 있어도 사정에 의하여 떨어져 외로운 생활을 하시고 배우자와 자식을 앞세운 복 없는(본인들은 이렇게 자신을 이야기한다.) 노인이 되어 어려운 생활을 홀로 하고 계시는데 그분들의 벗이 되어 드리는 분들이다.

지나온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몇 권이 될지 모른다는 어르신들의 사연, 그 이야기들을 다소곳이 진정한 마음으로 들어주는 사람들이 바로 생활관리사들이다. 넉넉하진 못해도 복지 혜택을 골고루 받으실 수 있도록 소외된 분들이 없나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겠으며 더욱더 정감 어리고 절실한 사랑을 베풀어 외로움과 고통을 덜어 드릴 수 있도록 생활관리사들에 대한 후원도 적극 이루어져야겠다.

소외되어 보살핌의 혜택을 못 받고 계신 분들이 있나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겠으며 독거노인이 독립적이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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