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로 포장된 예술가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

자신의 귀를 자른 '광기의 화가', 자살로 삶을 마무리 한 '미치광이 화가'…. 일반적으로 네덜란드의 위대한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를 수식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Van Gogh에 대해  '반 고흐'라는 익숙한 표기 대신 '판 호흐'라는 생소한 이름을 통해, 올바른 네덜란드 인명 표기법에 더불어 이름에 담긴 선입견을 지웠다.

전기 전문 작가로 공동저자 스티븐 네이페와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는 '잭슨 폴락: 미국의 전설'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집필을 통해 핀센트 판 호흐 본인의 작품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의 작품과 그가 수집했던 방대한 문화적 기록에 더해 집안사람‧동료등 주변 인물과의 정신적, 물리적 교류까지 밝힘으로써 독자들에게 판 호흐의 참모습을 알린다. 판 호흐를 중심으로 그에게 영향을 미친 낱낱을 연결하여 한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으로부터 그가 문화에 끼친 영향을 드러낸다.

"나는 나의 그림과 같다"라는 판 호흐의 선언처럼 예술가의 작품은 무엇보다 그의 본모습을 담고 있었다. 비록 그의 삶을 가혹하고 고독하고 절망에 빠져있었지만, 그 속에서 그가 꾸준히 자신을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림뿐이었다. 자신을 드러낼 도구로써 그의 그림은 인색의 질곡에 따라 역동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화가 자신만의 생각이 담긴 독선적인 예술은 아니었다. 창작자 이전에 예술의 수용자였던 판 호흐는 다양한 작품에 사로잡혔다.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과 아리 스헤퍼르의 '돌아온 탕아'와 같은 미술품과 안데르센의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 같은 문학작품은 물론 순수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역사에 빠지기도 했다. 이처럼 판 호흐가 아꼈던 문화적 배경은 그의 예술적 통찰력과 독창성을 더욱 북돋웠다.

판 호흐는 그의 예술작품과는 별개로 비극적 죽음에 대한 일화로 대중에게 각인되어있다. 저자들은 그의 작품에 낭만적 환상을 제시하는 극적인 자살설에서 모순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추측을 줄이고 당시의 증언과 기록들을 상세히 연구하여 죽음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내놓는다. 이 같은 연구의 결과는 죽음에 대한 환상과 신화에 둘러싸인 예술가를 향한 경외에서 벗어나 인간 판 호흐에 대한 매력에 한 걸음 빠져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