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렛미인,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소설이나 영화, 연극 같은 작품은 항상 시작과 끝이 있다. 작품들은 대부분 우리 삶의 일부분을 보여준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혹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건이 해결되거나 사랑에 성공하면서 작품이 끝이 난다. 물론 열린 결말로 끝나는 작품들도 많지만 어떻게든 작품은 끝이 존재하며 항상 작품이 끝난 뒤의 이야기는 감상하는 사람의 몫이 된다.

연극 렛미인은 영원한 시간 속에 갇혀 사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10대 소녀 뱀파이어 일라이는 영원한 삶을 산다. 일라이를 사랑하는 중년의 남자 하칸이 있다. 사랑은 사람을 괴물로 만들게 한다. 하칸은 인간을 죽여 피를 뽑아내고 그 피를 일라이에게 제공한다. 인간의 몸으로 살아가는 하칸은 점점 늙어간다. 일라이의 배고픔을 제때 해결해주지 못한다. 배고픔에 못이긴 일라이는 스스로 인간의 피를 구하게 되고 10대 소년 오스카를 만나게 된다. 왕따 소년 오스카에게 일라이는 유일한 친구가 되고 점점 사랑을 느낀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 오스카와 일라이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하칸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간의 시간은 흐르지만 뱀파이어의 시간은 멈춰있다. 뱀파이어를 사랑한 인간과 인간을 사랑한 뱀파이어. 어느 쪽이 더 저주받은 인물일까? 그들의 사랑은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을 축복하지 못하고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연극 렛미인의 무대는 하얀 눈 위에 하늘로 높게 뻗은 가지 없는 나무들로 채워져 있다. 파란색 조명과 음산한 음악이 무대를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든다. 또한, 음악과 조명은 뱀파이어의 특수효과를 연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음악이 당신을 놀라게 할지도 모르니 조심하길 바란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토월극장, 2월 28일까지,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