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놀이공원,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에 가기도 전부터 머릿속에서 그곳을 마음대로 상상했다. 모조품으로 이뤄진, 촌스럽고 경박한 도시였고,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들이 흥청대는 곳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파리나 로마를 흉내 내 만든 카지노 안에서 초점을 잃은 눈으로 슬롯머신을 바라보지 않겠다고.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MGM그랜드호텔에 묵고, 근처의 호텔 아리아나 미라지 등을 오가면서 카지노에 가지 않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어른의 놀이공원'이나 다름없는 라스베이거스에는 카지노 말고도 혼을 쏙 빼놓을 것이 많았다. 일단 호텔의 뷔페와 이름난 식당을 끼니마다 찾아가는 것 자체로도 미식 여행이 될 수 있다. 케이블에 매달려 인간 탄환처럼 허공을 가로지르는 슬롯질라나 라스베이거스를 조망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대관람차 하이롤러는 아이와 함께 체험하기에도 좋다. 헬리콥터를 타고 그랜드캐니언을 돌아봤다. 시간 관계상 땅에 한 번도 발을 딛지 못한 게 아쉬웠다.
놀이기구나 미식, 그랜드캐니언의 재미는 호텔 미라지의 '지그프리트와 로이의 비밀 정원과 돌고래 서식지'의 재미에 비할 수가 없다. 돌고래 서식지는 돌고래를 보호하고 연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쇼를 하지 않는다. 대신 관람객이 먹이를 주고 이들과 잠깐 교류를 할 수 있게 한다. 이 영특한 것은 생선을 주면 고맙다는 몸짓을 보이고, 헤어질 때 "안녕" 하고 인사를 하면 화답을 해줬다. 이종(異種)의 생물과 소통한다는 짜릿함에 돌고래 앞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밤이 되면 네온사인 불빛이 반짝거리고 호텔 안에선 달러($)가 그려진 칩이 오갔다. 일행 중 한두 명은 수백달러 이상 돈을 땄다. 그것들을 보고 있자면 내 것이 아닌 걸 알면서도 괜히 설레고 들떴다. 평소라면 절대 입지 않았을 옷을 꽤 거금 들여 샀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공연을 보며 노래도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그리고 하릴없이 게임 테이블 근처를 어슬렁대며 맥주를 시켜 마셨다. '촌스럽고 경박한 도시에서 정신이 반쯤 나간 채 흥청대는 사람'이 딱 나였다.
[여행정보]
샌프란시스코 블레이징 새들스(www.blazingsaddles.com)에서 자전거를 대여한다. 자전거 대여 시간당 8달러+자전거 보험 5달러(옵션)+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페리티켓 11.50달러 (옵션). 대여시간 4시간 넘어갈 경우, 1일 비용인 3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자전거로 금문교를 건너갔다가 페리를 타고 돌아오면서 1인당 약 50달러씩 냈다.
캘리포니아 관광청: www.visitcalifornia.co.kr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www.visitlasvega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