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중산층의 기대주 될까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가 하락 장세를 보이자 금융시장 요동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란 사모펀드의 일종인데,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금융시장 상황에 크게 영향받지 않으면서 수익 내기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표 수익은 연 8% 안팎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현재 3조2800억원으로, 처음 시장에 나온 2011년 말 2000억원에서 15배 넘게 불어났다. 초저금리와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 겹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10월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성장 발판이 추가됐다.

◇100일 만에 헤지펀드 운용사 20개 늘어

과거 한국형 헤지펀드는 기관 투자자와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최소 투자금이 5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10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사모펀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이에 따라 최소 투자 요건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여윳돈이 1억~2억원대인 투자자들까지 헤지펀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수요가 커지면서 새로운 한국형 헤지펀드도 속속 나오고 있다. 헤지펀드 설립 요건이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낮아지면서 상당수 투자자문사가 헤지펀드 전문 자산운용사로 전환했다. 작년 10월 이후 100여일 만에 새로운 헤지펀드 운용사 20곳이 생겨났다. 투자 대상도 국내외 선박(한국교통), 부동산(파인스트리트, 페블스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에 증권사까지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면 내년 말 시장 규모가 약 7조원까지 성장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헤지펀드는 공모형·주식형 펀드에 비해 시황을 덜 타는 데다, 롱쇼트(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하는 것), 이벤트 드리븐(기업 공개, 유상증자 등에 따른 주가 변동을 활용하는 것),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매매에 집중하는 것) 등 다양한 투자 전략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수익률도 비교적 높았다. 마이다스자산운용의 '마이다스적토마 멀티스트래티지'는 23.2% 수익을 냈고, 하이자산운용의 '하이힘센 펀더멘탈롱숏'과 안다자산운용의 '안다크루즈'도 각각 12%대 수익률을 올렸다. 가장 덩치가 큰 삼성 에쿼티 헤지 1호는 지난해 7.56% 수익을 냈고, 2011년 말 첫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이 40%를 넘어섰다.

◇높은 수수료에 환매 시간 길어

신규 투자자들은 금융 시장 상황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연 8%대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말에 한국형 헤지펀드가 안전하다고 오해하기 쉽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식형 펀드보다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헤지펀드 상당수가 레버리지(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방법) 등 공격적 전략을 쓰는 데다 다른 펀드와 똑같이 원금 손실 위험도 존재한다. 실제 지난해 운용된 46개 한국형 헤지펀드 가운데 3분의 1(16개)에서 손실이 났다. 10% 넘게 손실을 본 펀드도 있다. 기존 한국형 헤지펀드의 투자 자산이 국내 주식 위주인 데다 투자 전략이 롱쇼트 전략에 치우쳐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롱쇼트 전략은 주가 예측을 잘못하면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더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수료가 높고 환매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할 때 주의점이라고 조언한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목표 수익률을 넘어서면 수익의 10~15%를 성공 보수로 떼어가고, 가입·해지 시기가 정해져 있어 환매할 때까지 길게는 한 달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헤지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전략 의존도가 매우 크다"며 "최근 신규 펀드가 늘고 있는데 그중에 고위험 펀드도 많은 만큼 펀드별 투자 전략, 환매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금융시장 상황에 크게 영향받지 않으면서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 금융당국이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해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탄생했다. 펀드당 49명 이하만 가입할 수 있고, 최소 가입 금액은 1억원이다. 목표 수익률을 넘어서면 수익의 약 10% 를 성공 보수로 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