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명 받았습니다, 굿샷 날리고 오겠습니다

서른 살 늦깎이 이등병 배상문이 첫 휴가 때 찾은 곳은 골프 연습장이었다. 달콤한 신병 휴가 4박 5일이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뜻에서 '4.5초 휴가'라 불리는 시간을 연습장에서 보낸 것이다.

배상문은 9일 오후 경기 성남시 남서울컨트리클럽 제2연습장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는 3초 길이의 짧은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배상문은 영어로 '3개월 동안 연습을 하지 않았지만 스윙은 OK였다'고 써 놓았다.

배상문과 함께 연습장을 찾은 어머니 시옥희(58)씨는 본지 통화에서 "상문이가 군 생활 동안 감을 잃지 않으려고 휴가 때마다 골프 연습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이 퍼팅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걱정했다"며 "전역 후 다시 PGA에 복귀하기 위해 준비를 틈틈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배상문은 파3 코스 9홀을 돌았고, 특히 쇼트 게임에 집중하며 4시간 동안 연습했다. 어머니에 따르면 7일 휴가를 나온 배상문은 9일부터 시작한 골프 연습을 휴가 마지막 날인 11일까지 계속하다가 복귀할 계획이라고 한다.

군 입대를 미루다 병역 회피 논란을 빚기도 했던 배상문의 8월 올림픽 출전은 어려운 상황이다. 출전권은 7월 11일 세계 랭킹에 따라 결정되는데, 배상문은 군 복무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랭킹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입대 직전 108위였던 배상문은 126위까지 떨어져 한국 선수들 가운데 4위에 머물러 있다. 15위 이내는 국가당 4명까지 출전할 수 있지만 나머지 국가는 최대 2명까지만 나설 수 있다.

배상문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맹활약을 한 뒤 11월 육군에 입대했다. 배상문 어머니는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가 걱정을 했지만 아들이 원래 운동을 좋아해 훈련도 즐기고 선임들과도 잘 지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