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선택이 불합리한 세상을 만드는 이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왜 불합리한 사회현상이 발견될까? 현대인들은 막대한 가계부채와 각종 중독에 시달리고, 기업 활동을 돕는 주식시장이 시장 경제를 좀 먹으며, 포퓰리즘 정치가 미래를 망친다. '석유의 종말'과 '식량의 종말'의 저자 폴 로버츠는 이러한 사회 모순의 원인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설명하고 그것을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현대사회는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선택의 범위가 너무나 다양하여 과거처럼 대안을 찾아보고 신중하고 계획적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광고에 현혹되어 필요 없는 상품 구매에 신용카드 결제를 하고 만족한다. 순간적인 만족에 빠진 충동의 결과이다. 개인은 현재의 이익에 눈이 먼 충동적인 인간이 되어 버렸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이느라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다.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에서 기업은 더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주주들이 바라는 것은 '합리적으로' 미래에 대한 신기술 투자 보다는 당장의 주가 상승을 위한 수익 사업이다. 기업 활동을 도와야 할 주식시장이 기업 활동의 목적이 되고 시장 경제를 좌지우지한다.

정치권은 극단화의 길로 달려간다. 실현 가능성보다는 화제성에 집중한 공약들을 외치고, 보수와 진보 사이에 중도의 선택은 사라졌다.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회기반 시설 관련 법안이나 환경과 교육 개선 문제 등 중요 사안도 대중의 표심을 잡기 위해 관심에서 멀어진다.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중들의 충동성과 이기심을 자극한다.

저자는 개인의 충동성과 경제적 불평등, 정치의 양극화 등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 병폐의 원인을 근시안성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설명한다. 당장 결과를 위한 효율성과 합리성이 지속적으로 효율적이고 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직접 쉽게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결과보다 미래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다림을 아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근시사회'에서 벗어날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