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癌 환자, 月5만원 이하로 '가정 호스피스'

A(68)씨는 속이 계속 더부룩해 병원을 찾았다가 복부 초음파검사에서 췌장암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개복술 중 암세포가 심각하게 퍼져 있어 수술을 종료했는데, 가족의 반대로 환자에게 증세를 알리지 못했다. A씨는 가족 모두가 아는 상황을 정작 본인만 모른 채 삶을 정리할 소중한 시간을 잃고 33일 만에 숨을 거뒀다.

B(여·74)씨는 수술 1년 뒤 위암이 재발해 극심한 복통·구토·변비에 시달렸지만, 장폐색으로 치료가 어렵고 병원에 가기 싫다는 이유로 '가정 임종'을 택했다. 남편이 폐암 진단 후 1년간 항암치료를 받다 돌연 별세한 충격도 컸기 때문이다. B씨는 주 2~3회 충남대병원 가정호스피스팀의 돌봄을 받으며 6개월 뒤 바람대로 큰아들 품에서 숨졌다.

 

B씨처럼 자기 신념에 따른 존엄한 최후를 위해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선택한 말기암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처음 적용된다. 보건복지부는 '말기암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범사업'을 다음 달 2일부터 전국 17개 병원에서 실시한다고 14일 밝혔다.

말기암 가정 호스피스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이 정기(주 1회 이상) 가정 방문해 입원 치료와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환자는 집에서 증상 관리와 상담 및 종교적 보살핌을, 환자 보호자는 환자 사망 전후 심리치료 등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의료진과 전화 상담은 하루 24시간 할 수 있다.

17개 기관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서울시 북부병원(이상 서울), 부산성모병원(부산) 등이다<표>. 건강보험 적용에 따른 환자 부담(1회 방문 기준)은 5000원(간호사 단독 방문)~1만3000원(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동행 방문)이며, 한 달 환자부담금(전담 간호사 8회, 의사 1회, 사회복지사 1회 방문 기준)은 4만8000원 정도다.

그간 충남대병원·성가롤로병원 등이 환자의 절실한 필요나 종교적 소명감으로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대부분 무상 제공해왔다. 하지만 자치단체 재정 또는 후원금에 의존해 제한된 환자만을 비공식적으로 돌보는 현행 체제로는 가정 호스피스를 정착시킬 수 없어 건강보험을 적용하게 됐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말기암 호스피스 전문기관(현재 66개 기관, 1108 병상)에 입원한 환자에게는 지난해 7월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도 1인실을 제외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돼 선택진료비·간병인 비용을 포함해 많게는 월 500만~600만원 하던 본인부담금이 70~80% 경감됐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희망자는 지역 해당 병원 방문(외래진료)을 통해, 기존 호스피스 병동 입원 환자는 신청을 통해 가정 호스피스 환자로 등록할 수 있고, 의료진이 24시간 내 전화와 48시간 내 방문을 통해 향후 치료 일정을 짜게 된다. 간호사는 호스피스 전문간호사, 가정전문간호사 또는 호스피스 전문기관 2년 이상 종사자로, 사회복지사는 1급 복지사로 기준을 정했다. 복지부는 1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본 사업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또 내년 8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웰다잉법)이 시행되면 말기암 환자 외에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간경화,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환자에 대해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