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펀드, 한 달 새 1조 7000억 몰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자 증시 불안에서 벗어나 있는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채권형 펀드는 86조9000억원으로 작년 말 85조2000억원에서 한 달 만에 1조7000억원이 늘었다. 월말 기준으론 사상 최대치다. 지난달 주식형 펀드 증가 폭(1조원)보다 월등하게 많다.

특히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공모형 채권형 펀드의 유입액이 확연하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공모형 채권형 펀드로 유입된 금액은 4146억원으로 최근 6개월간 들어온 자금(5257억원)의 78%가 한 달 새 들어왔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코리아단기채권' 펀드는 기관투자자의 자금까지 몰리면서 올해 들어 2953억원이 늘어나 전체 펀드를 통틀어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증시 불안 피해 채권 펀드로 돈 몰려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주식과 원자재가 급락하는 장세를 보임에 따라 이들 자산보다는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의 인기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경제 환경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성장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채권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상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보다는 낮지만 국내 증시가 몇년째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최근 주식형 펀드가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도 채권형 펀드로 돈이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올해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0.73%였지만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5.45%를 기록했다.

채권형 펀드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우려로 기업들의 이익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증시가 크게 나아지긴 어렵고, ELS(주가연계증권) 등도 해외 주식시장이 연일 하락하면서 불안한 투자자들이 선뜻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성향에 맞는 펀드 골라야

채권형 펀드가 주식형 펀드보다는 안전하지만 펀드의 속성상 원금 손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채권형 펀드 매니저는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갖고 있는 전략을 쓰는 게 아니라 채권을 사고팔아서 수익을 내는 것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 보유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통상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갖고 있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보유 기간 중에 채권 가격이 오르내려도 회사가 부도나지 않는 한 원금을 회수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는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손절매(손실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파는 것)를 위해 채권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만기 전에도 손실을 보고 팔아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 가격은 채권 발행 회사의 신용 등급이 변해도 오르거나 내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채권형 펀드는 무조건 원금 손실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 특히 시중 금리 상승기에는 손실을 볼 위험이 커진다.

펀드의 특성도 파악해야 한다. 채권형 펀드의 투자 대상에는 국·공채나 우량 등급(AA등급 이상) 회사채도 있지만, 비우량 등급 채권도 있다. 비우량 등급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국·공채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그만큼 원금 손실의 위험이 커진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회사채를 발행한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져 원금을 되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생긴다. 채권형 펀드라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펀드를 고를 때 어떤 채권에 투자했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동수 연구원은 "채권형 펀드를 고를 때도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는지 등 자신의 투자 성향을 따져 투자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