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 시장서 IT 강국 '틱스'가 뜬다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 '브릭스(BRICs)'의 시대가 저물고, 그 자리를 '틱스(TICKs)'가 대체하고 있다. 브릭스는 2001년 당시 짐 오닐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만들어낸 용어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가리킨다. 틱스는 최근 글로벌 투자계에서 회자되는 용어로, 정보기술(IT)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인 대만, 인도, 중국, 한국을 일컫는 말이다.

17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신흥국에 투자하는 전 세계 펀드에서 틱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말 35%에서 작년 말 50%로 높아졌다. 반면 브라질과 러시아의 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22%에서 11%로 줄었다. 중국, 인도에 대한 투자는 그런 대로 유지되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받는 브라질, 러시아에 투자하는 펀드 자금은 급격하게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브라질·러시아에 투자했던 국내 해외 펀드 투자자들도 '틱스' 국가로 펀드 자금을 옮길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브라질·러시아서 짐 싸는 투자자들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신흥국 경기가 위축되고 국제 유가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브라질은 대기업 비리 스캔들과 대통령 탄핵 직전까지 가는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란 말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貨) 가치는 작년 한 해 50% 가까이 폭락했고,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8%였다. 러시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 유가 급락과 2014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제재 때문에 경제 침체가 깊어졌다.

이 때문에 '브릭스' 국가 전체에 투자하는 펀드 자금도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 한때 470억달러(약 57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던 브릭스 펀드 규모는 현재 56억달러(약 6조90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브릭스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골드만삭스도 한때 8억달러를 넘었던 브릭스 펀드가 1억달러로 쪼그라들자 작년 11월 이 펀드 운용을 중단했다. 국내 펀드 시장에서도 브릭스 펀드는 14조원까지 늘었다가 최근 8286억원으로 줄었다.

수익률도 형편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 주식형 펀드와 러시아 주식형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각각 -61.4%, -43%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간 신흥 아시아에 투자한 펀드의 3년 수익률은 -7.1%였고, 5년 수익률은 16.4%였다.

◇지금 '틱스 펀드 투자' 괜찮을까

브라질과 러시아가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어가는 동안 IT 기반이 강한 중국·인도와 아시아 신흥국들이 부상했다. 원자재 가격 급락 여파에서 한 발 비켜나 있고, 향후 IT·서비스업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재편은 신흥국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원자재 중심에서 IT와 소비자 위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당장 '틱스 펀드'에 들어갈지 망설여진다.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로 세계 증시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가권지수는 연초 대비 1.5% 하락했고, 인도 센섹스 지수도 지난 1년간 21.5% 떨어졌다. 인도와 중국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평균 -14.8%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라면 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각 자산운용사가 최근 관련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특히 인도 펀드의 경우 2010년 이후 신규 펀드 설정이 없다가 지난해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인도 펀드 상품 10개를 새로 내놨고, 작년 233억원에 이어 올 들어서만 80억원이 유입됐다. 대만의 경우 KDB아시아베스트하이브리드 펀드, 슈로더다이나믹아시아 펀드 등 펀드 자산 일부를 대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펀드들이 있다. 오는 29일부터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에 대한 비과세 제도가 도입되면 해외 펀드 수익률을 높일 기회가 많아져 틱스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