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과 영상, '영화 도시' 부산에서 만나다

영상 예술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한국 미술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장르다. 영상 예술이 성장한 데는 한국 영화 덕이 크다. 한국이 독자적인 영화의 토양을 일구면서 관련 기술과 콘텐츠가 발달했고, 이를 바탕으로 순수 영상 예술 또한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부산은 한국 영상 예술 발전의 수훈 도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의 질 좋고 다양한 영화가 부산을 찾아갔다. 그러나 미술관에서 보는 순수 예술인 '영상 작업'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립미술관은 물론이고 공립미술관에서도 영상 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드물었다.

지난 2일부터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테이징 필름: 비디오 아트, 공간과 이미지의 체험'전(4월 17일까지)은 이 미술관이 처음으로 여는 미디어 특화 전시다. 앙리 살라(알바니아), 빌 비올라(미국), 한스 옵 드 비익(벨기에), 쉬린 네샤트(이란) 등 세계적 영상 예술가와 한국 작가인 문경원·전준호 등 작가 12팀이 참여했다. 영상 예술로 가는 길라잡이 성격이 짙은 전시이기에 실험성보다는 이미 입증받은 작가들의 주요작 위주로 구성됐다.

독일 큐레이터 틸 펠라스는 영화와 영상 작품의 차이를 음미하며 감상하길 권한다. 예컨대 영화는 한쪽 평면에 영사되는 반면 영상 작품은 마주한 화면, 비스듬히 옆으로 설치한 화면 등 영상이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김영순 관장은 "비디오 아트는 '영화 도시'라는 자산을 활용해 부산이 특히 잘할 수 있는 예술 분야라고 봤다"고 했다. (051)744-2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