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웃고는 못 배길걸?

17일 개봉한 '주토피아'와 '데드풀'은 상상과 풍자를 기반으로 한 희극이다. 오랜만에 웃어보는 '진짜 웃음'이다. 전자(前者)는 전체 관람가의 애니메이션이고, 후자는 청소년 관람불가의 수퍼히어로 영화이다. 극과 극은 통하는 데가 있다.

◇팔딱팔딱 뛰는 캐릭터

두 영화 모두 캐릭터에 뻔하지 않은 성격을 안기면서도 친근감을 느끼게 만든다. '데드풀'의 주인공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비속어와 농담 섞인 수다를 늘어놓으면서 악당을 마구잡이로 죽인다. 정신병자인지 수퍼히어로인지 헷갈릴 무렵 "내가 대단하긴 하지만, 영웅은 아냐(I may be super, but I'm no hero)"라고 말한다.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성적 농담과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수다는 데드풀을 기존의 수퍼히어로와 차별화한다.

'주토피아'는 동물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제작사인 디즈니는 경력을 살려 캐릭터의 의인화에 성공했다. 동물들이 갖고 있는 특징과 반전을 잘 묘사해 토끼부터 물소까지 모두 귀엽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특히 '나무늘보'가 등장할 때 관객들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웃는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이들의 습성을 활용한 코미디는 정성 들여 빚은 조연 캐릭터의 힘을 증명한다.

◇풍자와 패러디

주토피아가 '애들이 보는 만화영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패러디에 의한 웃음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아예 성인 관객을 겨냥한 것 같다. 토끼가 쓰는 스마트폰의 로고는 한입 베어 문 당근. 아이폰의 '애플' 로고를 패러디한 것이다. 조연 캐릭터가 말런 브랜도의 쇠 긁는 듯한 쉰 목소리로 "딸의 결혼식에 나를 이렇게 찾아오다니"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관객은 영화 '대부'를 접한 적 있는 어른들이다.

냉소와 풍자, 자학과 자랑을 넘나드는 데드풀의 혀는 헐크의 주먹보다 훨씬 센 강도로 관객을 후려친다. 얼얼하기는 해도 시원하다. 마냥 수다스러운 게 아니라 관객들이 익숙하게 접한 대중문화를 끊임없이 인용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예를 들면, 데드풀이 "영화 '테이큰'의 리암 니슨이 나오는 악몽을 꿨다"면서 수다를 시작하는 식이다. "1편부터 3편까지 딸이 계속 납치돼. 딸이 세 번이나 납치되다니, 그건 아빠한테 문제가 있는 거 아냐?"

◇현실과의 접점

주토피아는 말하는 동물이, 데드풀은 초인적 능력을 가진 인간이 나와서 악당을 때려잡는 얘기다.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줄거리지만,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을 놓치지 않는다. 주토피아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에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강자와 약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에 대한 배려 깊은 묘사는 이 영화의 웃음을 공허하게 끝내지 않는다.

데드풀은 수시로 객석을 쳐다보며 관객에게 말을 건다. 자신이 만화책과 영화 캐릭터라는 것을 자각하고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것이다. 데드풀을 연기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전작이 실패한 것을 놀리는가 하면, 이 영화의 제작비가 풍족하지 않았다는 것을 꼬집기도 한다. 데드풀이 옆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