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공부하고 싶어요"

이 졸업식은 축가만으로도 특별하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가 아니다. 후배가 아닌 졸업생이 스스로 부르며 서로를 격려하는 이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해 뜬 아침 달 뜬 저녁 배움길에 힘을 모아 형설의 공이 이뤄지니 그 이름 찬란하도다…."

88세 신복순 할머니가 오는 23일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50세 이상 만학도(晩學徒)가 다니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 '양원초등학교'(4년제)의 올해 최고령 졸업생이다.

"4년 전에 용기 내 공부를 시작하길 잘했습니다. 앞으로도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신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초등학교에 입학도 못 했다. "부모님이 첫째 언니와 남동생만 학교에 보내주셨다"고 했다. 시집간 다음에는 아들 셋, 딸 하나를 공부시켜 시집·장가 보내느라 바빴다. 신 할머니는 "평생 함께 장사했던 영감님(남편)이 돌아가시고, 나이가 이만큼 들어서야 '나도 학교 다니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고 했다. 주변에선 "낼모레면 아흔인데 학교는 무슨 학교?"라고 했지만, 신 할머니 마음을 알아준 큰며느리가 인터넷에서 양원초등학교를 찾아내 입학 신청서를 써줬다. 2012년 1학년으로 입학한 신 할머니는 그동안 수업이 있었던 1101일을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숫자를 써나가다 보면 답이 나오는 수학이 제일 재미있었다"고 했다. 매 학기 성적 우수상도 놓치지 않았고, 매주 열리는 토요 특강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눈 오는 날 걸어가다 혹시 넘어져 학교에 못 갈까 봐 처음으로 돈 아끼지 않고 택시도 탔다"고 말했다.

신 할머니는 23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양원초·양원주부학교 합동 졸업식에서 '마포구청장상'을 받는다. 그는 "성적 우수상에 개근상, 봉사상까지 받는다"며 활짝 웃었다. 3월부터는 마을 복지센터에서 붓글씨를 배워볼 생각이다.

신 할머니 외에도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졸업장을 받는다.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으려 토굴에 숨어 지내느라 공부를 못 했던 강옥준(84)씨 등 243명이 만학의 꿈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