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다우지수' KTOP30, 자리 잡는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초우량 종목 30개로 구성된 일명 '한국판 다우지수'인 KTOP30 지수가 출시된 지 7개월이 지났다. 이제까지 우리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는 코스피로, 이 지수가 800개에 가까운 보통주 전체의 움직임을 산출하다보니 역동성이 떨어져, 장기간 우리 증시를 '박스피(박스+코스피)'에 가둔 주범이라는 문제의식이 많았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주식시장 발전 방안의 일환으로 KTOP30이라는 신(新)지수를 출시했는데 과연 이 지수는 우리 주식시장을 얼마나 잘 대변하고 있을까. 7개월간의 성과를 살펴봤다.

◇KTOP30, 하락폭 비교적 작아

22일 KTOP30은 5889.40에 마감했다. 작년 7월 13일 KTOP30 출시일의 6013.45에 비해 2.06%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200이 5.96%, KRX100이 4.19%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이 기간 코스피는 7.04% 하락했다.

올 초 중국발(發) 악재로 국내 주식시장이 요동칠 때도 KTOP30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증시 개장일인 1월 4일 KTOP30 과 코스피200 지수를 100포인트로 가정했을 때 KTOP30은 95.94와 100.83 사이에서 움직였지만, 코스피200은 95.39~100.64에서 움직였다. 코스피200과 비교했을 때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내릴 때 적게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200은 삼성전자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에 지수가 크게 영향을 받지만, KTOP30에는 우리나라 대표 종목들이 골고루 편입돼 있어 지수가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면서 "주가 상승기에는 탄력을 더 받을 수 있고, 주가 하락기에는 위험이 분산되는 점도 KTOP30이 가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KTOP30은 코스피·코스피200과 같은 시가총액을 가중해 산출하는 방식이 아닌, 다우지수처럼 주가 평균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비중을 낮추고 코스닥 종목도 일부 편입했다.

◇관련 상품 개발과 인센티브 필요

지수의 움직임은 안정적이지만, KTOP30 지수를 활용한 상품이 아직 많지 않다. KTOP30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수로 성장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코스피 200과 연계된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이 20여개에 이르지만, KTOP30에 연계된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TOP30'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TOP30'이 전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4일 출시된 두 펀드의 설정액은 22일 기준 490억원을 갓 넘는 정도다. 코스피200을 따르는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KODEX 200'의 설정액 4조9162억원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거래소는 "출시된 지 20년이 넘은 코스피 200과 7개월이 갓 넘은 KTOP30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최근 KTOP30을 벤치마킹하는 ETN(상장지수채권)이 등장하는 등 앞으로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TOP30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상품 개발과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신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KTOP30을 활용하는 선물 상품 등 파생상품이 빨리 갖춰져야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KTOP30 관련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등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