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 베트남 펀드… 다시 눈 돌려도 될까

지난 19일(현지 시각)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중심가 꺼우쟈이 구역 CTM 빌딩 6층. 20대 주부부터 머리 희끗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시민 30여명이 모였다. 증시가 끝나고 열리는 '키스(KIS) 베트남 투자설명회'에 찾아온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키스 베트남은 2010년 한국투자증권이 현지 증권사 EPS를 인수해 세운 베트남 법인이다.

이날 미리 부스에서 투자 상담을 받던 이들은 올해 베트남 증시를 전망하는 투자 설명회가 시작되자 노트나 태블릿 PC에 내용을 받아 적었다. 회사원 응엥 노옥 턱(36)씨는 "20억동(약 1억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런 설명회가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차헌도 KIS 베트남 본부장은 "은행 금리(연 7%) 이상을 원하는 베트남 주식 투자 인구가 어느덧 150만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베트남 증시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6.7%로, 정부 목표치인 6.2%를 웃돌았다. 올해 목표도 작년과 같은 6.7%다. 총 인구 9400만명, 저임금의 젊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삼성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덕분이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기대감에 올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도 작년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250억달러(약 3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가 고성장하면서 베트남 증시도 급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호찌민거래소 VN 시가총액은 2011년 216억달러(약 26조6000억원)에서 작년 말 513억달러(약 63조2000억원)로 138% 성장했다.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도 강하다. 대형 국영기업 IPO(기업공개)를 진행하고 있고, 작년 9월에 증권사·운용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상한을 49%에서 100%로 올려 사실상 완전 개방했다. 2008년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말 현지의 70위권 증권사 EPS를 인수해 5년 만인 지난해 시장 점유율 4.3%로, 7위권까지 부상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연내 베트남 시장에서 톱5로 도약하고, 이를 발판으로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시 베트남 펀드에 눈 돌려도 될까

베트남 경제와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베트남 주식 등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06년부터 출시된 베트남 펀드는 2007년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반 토막 났다. 1100선까지 올랐던 VN지수가 300대까지 떨어지면서 일부 투자자에겐 '악몽'이 됐다. 하지만 다시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베트남을 중장기 투자처로 꼽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베트남 펀드의 최근 수익률은 좋지 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투자 대상에 베트남 주식을 포함하는 국내 펀드 17종 가운데 15종의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하지만 기간을 3년으로 넓혀보면 90% 이상이 플러스(+)를 기록했고,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펀드 등 수익률이 40% 넘는 펀드들도 있다. 윤항진 연구위원은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와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감안하면 중장기적 투자 매력이 충분한 곳이 베트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