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성적 괜찮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시행 한 달을 맞았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창의적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을 가진 기업이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과거엔 후원형·기부형·대출형 크라우드 펀딩만 가능했지만, 지난해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투자와 동시에 기업의 지분을 얻게 되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시행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3일까지 30개의 기업이 투자 유치에 나서 8개 기업이 목표 금액의 80% 이상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한 투자자만 해도 841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 유치가 진행 중인 기업 중 높은 청약률을 보이는 기업들이 있어 조만간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기업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자자 수도 곧 9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유치 성공 기업 배출… 업계 "연착륙에 성공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시행 첫날, 해양생물에서 콜라겐을 추출해 화장품을 만드는 '마린테크노'가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 '와디즈'를 통해 목표 금액인 7000만원을 모아 펀딩 성공 1호 기업이 됐다. 이튿날에는 구인 정보 서비스 업체 '쉐어잡'과 수입자동차 부품 직거래 업체 '디파츠', 재생아스팔트 콘크리트를 제조하는 '신선' 등 3개사도 잇따라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다.

금융위 투자금융연금팀 박주영 팀장은 "애초 30~50일은 지나야 펀딩 성공 기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창업한 지 1년 내외의 스타트업으로 크라우드 펀딩 성공으로 추가 투자 유치 제의를 받는가 하면, 언론에 알려지면서 기업 홍보 효과까지 얻었다. 5개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 협의체인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 고용기 회장(오픈트레이드 대표)은 "아직 크라우드 펀딩이 생소한 개념임에도 한 달간 이만큼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은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크라우드 펀딩이 더 많이 알려지면, 중소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이외에 금융권도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면서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KB금융그룹은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와이즈케어'와 '와이즈모바일' 등 핀테크 업체 4곳에 투자하기로 했다. KB금융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투자금을 모으면, KB투자증권에서 같은 금액을 회사에 투자하는 '매칭 투자' 방식이다.

◇절차 간소화하고 모바일 투자 가능하게 해야

한 달간의 시행 결과, 개선해야 할 점도 드러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 '인크(Yinc)'의 고훈 대표는 "현재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하려면 컴퓨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이용해야만 하는데, 크라우드 펀딩에 관심이 많은 30~40대의 투자를 이끌어오려면 스마트폰에서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대표는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인 'K-OTC'에서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K-OTC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기업들에 코넥스 시장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의 자금 유치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법이 정한 절차를 모두 밟으면 펀딩 시작부터 돈이 들어오기까지 두 달이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